오른쪽 머리로, 한 걸음 더 왼쪽으로- 4.11 총선, 그리고 한국 사회의 진로에 대하여 1. 국회의원을 뽑는 기준은 '정책'과 '정당' 3일 뒤면 총선이 실시된다. 20년만이라는 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2012년이다. 이 두 큰 정치 이벤트로 우리 사회는 크게 요동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계는 일정 수준 지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지역일꾼'이라는 미사여구는 과거 양김 정치 시대에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지역감정에 호소하고, 정치적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한 차양막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지역 예산을 잘 타오기 위한 지역 반장을 뽑는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일은 나라에 어떠한 ..
16인의 반란자들 -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한 때 FC 바르셀로사 소속 선수로 활약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비(Xavi)와 같은 이름을 가진 바르셀로나 출생의 사비 아옌은 2008년부터 3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 중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1인을 찾아 인터뷰를 한다는 단순한 기획이었다. 그러던 것이 3년에 걸쳐 16명의 작가들을 만나고 전 세계가 당명한 사회의 부조리를 마주하는 대프로젝트가 되고 말았다. 라는 것으로 은 서두를 시작한다. '노벨문학상'이라는 것은 어릴적부터 마음 속에서 막연하게 그려온 최고의 영예였다. 고교시절 탐독했던 세계백과대사전의 세계문학 코너에서 "장 폴 사르트르는 1964..
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지음/달 이적의 과 비슷한 시기에 이 소설집이 나왔을 때 나는 먼저 쪽을 집어 들었다. 이적의 음악을 무척 좋아했었다. 특히 그가 쓰는 가사들에 매료된 채로 10대를 보냈던 나였다. 그가 틈틈이 써내려간 소설과 같은 글을 모았다는 은 이적다운 글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숱한 소설들을 읽어온 나에게 이적의 소설은 소설로서 가치를 논하기에는 미묘한 부분이 많았다. 확실한 건 기대한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에 대한 실망은 애꿎은 타블로에게 이어졌다. 뒷면에는 이적의 추천사가 실려 있었다. 나는 책을 사지 않았다. 타블로의 소설은 그렇게 내게 잊혀졌고,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 타블로에게 일어났다. 세월이 흘러 어느 헌책방에서 다시 타블로의 책 앞에 멈춰 섰다. 감당할 수 없는 고..
생각 버리기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베스트 셀러를 집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최근의 사례는 역시 같은 경우이다. 광고와 유명세를 책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는 베스트 셀러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어디서 굴러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책장 종교학 코너에는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이 언제부턴가 꽂혀 있었다. 아마도 어느 중고 책방에서 싸게 얻어 왔거나 했던 것 같다. 바로 왼편에는 이 꽂혀 있었고, 오른편에는 서광 스님의 이 놓여 있었으니 중간에 끼인 이 한 급 낮은 승려의 책에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지지난 주 쯤 마음이 무척 혼란스러워지는 일이 생겼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너무 무거운 책은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세상의..
이윤기 감독의 영화, 말해질 수 없는 말들 0. 감독 이윤기 에 대한 해설서를 쓴 소설가 이윤기 씨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그분의 흰 머리칼과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중후함은 좋아했다. 감독 이윤기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2004넌 [여자, 정혜]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당시 그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제목에 이끌렸던 기억이 난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지수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였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작가 이윤기의 감독 데뷔작으로 오인하고 있었던 탓에 굳이 찾아볼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나 잠시 머물렀던 숙소의 무료 영화 서비스 목록에서 [멋진 하루]를 발견하고 보게 되었다. 순전히 전도연 씨가 나왔기 때문에 켠 것이었다. 그로 인해 그 날이 영화 제목처럼 멋진 하루..
지난 일요일에 심적인 충격에 휩싸이는 일이 있어서 며칠 간 가벼운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덕분에 편두통과 감기 증세가 겹쳤어요. 거기에 더해 새학기 수업계획표를 작성해야 하는 주간이었기에 매일 출근하고 퇴근해서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화요일 즈음에는 친절하게도 맥북에어가 포맷되는 익숙한(?) 사태까지 발생해주셨지요. 이래저래 고통의 한 주였습니다. 몸도 마음도 축축 쳐져만 가는데... 그럼에도 언제나 저를 일으켜 주는 것은, 중심을 잡아주었던 것은 글쓰기였습니다. 참 벅찬 마음의 상처가 아려오지만 또 이겨내야겠지요. 견디고 살아나렵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저 자신 또한 책망하지 않고 신산한 삶을 배워가는 자세로 또 쓰렵니다. 모쪼록 모두가 아픔 속에 머무르지 말기를 그 속에서 다시 따스함을 찾고 부활..
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 언니네 이발관 노래/루오바뮤직(Luova Music) 어떤 음반의 경우, 그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비틀즈의 , 메르세데스 소사의 , 카펜터즈의 , 레논의 등이 내게는 그런 음반이다. 국내에서는 양희은의 , , 이상은의 , , , 한대수의 , 전람회의 등이 그런 음반이다. "20세기에 살던 때에는 훨씬 더 좋은 음악들이 마음을 흔들었다고 생각한다. 21세기에 들어서는 20세기의 음악을 넘어서는 음악을 들어본 적이 많지 않았다. " 이런 식의 '20세기 음악 예찬론'을 퍼뜨리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 겨울 군 훈련소에서 바로 이 음반 를 듣기 이전의 시절 말이다. '명반'이라는 말은 비틀즈나 밥딜런, 마돈나, 한대수, 신중현, 들국화..
* 영하 두 자리 수 아래까지 떨어졌던 기온이 한 자리로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베란다에 전 세입자가 걸어두었던 낡은 블라인드를 떼어내고 나니 햇살이 와락 밀려듭니다. 거실 겸 책방에 놓인 하얀 소파에 앉아 있으니 봄이 온 것만 같습니다. 햇살은 이리도 따뜻한데 며칠 전부터 마음은 허허롭기 그지 없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한 마음은 이리 굴러갔다 저리 굴러갔다 합니다. 왜 이런가 궁리를 해보지만 답이 안 나옵니다. 그저 계절 탓이려니 해버리고 맙니다. 점심을 조촐하게 차려 먹고 오랜만에 차를 준비합니다. 스누피가 그려진 스테인리스 포트에 물을 끓이고 오래전 한 스님께 선물로 받은 다기를 티테이블로 쓰는 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차 주전자에 끓인 물을 따르고 기다렸다 차 그릇에 옮겨 받았습니다. 햇빛이 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