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적부터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말은 곧 여자아이들의 이상형이 되고 싶었다는 얘기다. - 물론 예수나, 부처, 공자 이런 분들이 다 다정한 남자들이었다는 것도 반영하여 - 다정한 연인, 다정한 남편, 다정한 아빠. 이상의 3종 세트가 내가 꿈꾸는 나의 이상향이다. 내가 그간 읽어왔던 명상서적이나, 순정만화책 등에서도 항상 내가 가장 좋아했고 흡족했던 남성상은 다정한 남성이었다. 지적이면서도 다정하고, 배려심이 깊은 남자. 나는 항상 그런 모습을 꿈꾸어 왔다. 스무살 적의 나는 내가 완전히 다정한 남자라고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저 매너있고, 다정한 말을 하면 다정한 사람인 줄 알았던 시절의 나였다.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제3자들은 나를 예의바르고 자상한 인간이라고 평가해주었..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 "교수들은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고, 학생들은 교수들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한다. 악순환이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을 개선할 수 있을까? 미안한 말이지만, 학생들이 먼저 시작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먼저 할 일은 학교나 교육당국에 '선생님'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일이다." 툭하면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 엄마에게 '미안해요'라고 하면 엄마들이 늘상하는 레파토리 같은 말이 있다. "미안한 줄 알면 하지를 마!" 세월에 시들지 않는 주옥 같은 금언이다. 베스트셀러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를 하고, 웬만해서는 읽지를 않는 내가 수 십만부가 팔렸다는 를 손에 든 것은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본 진보신당 청소년 당원의 짧은 글을 보고서였다. 그는 이 책의 제목에 대하여..
이적 - 정규 4집 사랑 - 이적 노래/씨제이 이앤엠 (구 엠넷) 작년 가을의 일이다. 10월 중순 즈음 휴가를 나와서 레코드 가게에서 이적 씨의 신보를 사왔다. 씨디플레이어를 가지고 오지 않은 탓에 고이 품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야 음악을 들었다. 시간은 밤 11시경이었고, 방에는 조그만 스탠드 불빛 하나만 남겨둔 상태였다. '아주 오래전 일'에 대하여 떠올렸다. '그대랑' '다툼'을 했던 일과 그대를 그리워하며 '빨래'를 널던 날의 냄새 같은 것을.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리며 '두통'이 일었다. 그대의 '보조개'가 자꾸만 떠오르는 탓이었다. '매듭'을 짓지 못한 이별, '네가 없는' 삶의 공허함, 그대에게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며... '이상해'라고 되뇌었다. 자꾸만 자꾸만 되뇌는 것이다...
등단에 대하여 이제 진지하게 모색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8년 전 즈음이었을 것이다. '최명희 문학상'이란 것에 응모하여 최종 심사까지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결론은 탈락이었다. 그때 올린 단편이 '쓰리포인트 슛'. 그 이후로는 별로 등단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공모전 같은 것에 글을 보내본 적도 없다. (2006년에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에 글을 올려 우연히 상을 받아본 적은 있다.) 엄밀한 의미로 따진다면 1999년 청소년문학상으로 내 이름이 타이틀에 찍힌 책을 출간하였으니 나름 등단의 자격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 정도의 수상은 별 효용이 없는 듯하다. 2001년 겨울에는 고려대학교에서 제정한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대문화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지만, 역시 별 효용..
백수의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동해 여행에서 돌아와 또 혼자 집에 앉아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장한나의 첼로 연주를 듣고 있다는 점이다. 어릴적부터 달동네 단칸방에 살면서도 무슨 심보에선지 나는 중세 귀족 같은 취향이 있었다. 창고로 쓰던 다락방을 개수하여 나만의 공간으로 삼고 밤마다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바로크 음악 따위에 심취했던 것이다. 중학생 시절에는 누구의 음악인지도 모른 채 그저 클래식 음악이라고 뭉뚱그려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랜덤으로 들었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모짜르트를 찾아들었다.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과 비범한 광기에 매료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단지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여자아이가 나에게 모짜르트의 '..
지요(jiyo) - 갈림길 하트점수 : ♥♥♥♥ 자정의 핸드메이드 커피는 특별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잠들기 위해서 라벤더 차 정도를 마시고, 눈을 감은 후 대관령의 별밤 속을 뒤척이는 양떼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그런 상식이 존재할지는 잘 모르겠는 것과는 별도로.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오히려 손수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는 일보다 어수선한 마음을 비우고 떨어지는 물방울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 바로 커피를 내리는 그 순간 잠이 온전히 달아난다. 사랑이 찾아오면 사랑을 하고, 화가 일면 화를 바라보고, 파도가 밀려나면 그 밀려나는 순간을 지킨다.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자연의 하나가 아닐까. 그래서 난 자정의 핸드메이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