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지음/아포리아 우리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크라잉 넛 멤버들이 함께 썼다는 책 를 읽고 싶어졌다. 그들에게 책의 제목을 빚졌다는 유시민 전 의원의 를 읽은 후부터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니 이제 차츰 '전 의원'이나 '전 대표'라는 호칭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스러져 갈지도 모르겠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 후보 흔들기를 하던 후단협에 분노해 개혁당을 창당한 것도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은 정치적으로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유인 유시민은 정치인 유시민이 되어 그 시간의 소용돌이 가운데에 있었다. 한때 야당 대통령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지니기도 했던 그였기에 정계은퇴 후 나온 첫 책에 대해서도 많은 언론들은 그가 책에 언..
외딴방 - 신경숙 지음/문학동네 "누가 심었을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 배추는 자란다. 자라기만 할뿐 속은 차지 않는다. 푸른 배춧잎에 공장의 검은 먼지가 쌓여 있다." -244p- 나는 매니악한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노희경씨의 작품은 잘 보지를 않는다. 얼마 전에 아버지댁에 놀러갔다가 아버지가 커피프린스 1호점을 즐겨보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어보니, 아버지 역시 삶 자체가 힘겨운데 너무 힘겨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를 보는 건 괴롭다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그냥 걱정없이 돈도 펑펑 쓰고 화면 예쁘고 배우들 예쁜 드라마를 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내가 윤석호류의 드라마를 좋아하나보다. 사실, 노희경씨가 그리는 밑바닥 인생의 이야기들은 직접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나 그 삶을 겪어온 사람들이 ..
새 - 오정희 지음/문학과지성사 새장 속에서 윤회하는 우리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박하면서도 힘이 있는 새의 그림에 반했다. 새를 갑갑하게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네모 칸들이라든지, 붉은 색으로 촌스럽게 새겨져 있는 제목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새." 라고 제목을 발음하며 시집 크기의 이 소설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꼭 작고 흰 새를 들어 올린 듯한 느낌이었다. 표지의 그림은 돌아서려는 나의 몸을 자꾸만 잡아 당겼다. 나중에 그 그림이 그 유명한 피카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서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종종 책의 내용보다 표지가 마음을 끄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표지의 아름다움을 글이 뛰어넘지 못하면 실망이 배가 되곤 했다. 비록 유명하지 않은 소묘작품이..
크라센의 읽기 혁명 - 스티븐 크라센 지음, 조경숙 옮김/르네상스 무려 읽기 '혁명'이라니, 제목이 무척 거창하다. 사전을 펼쳐 - 실제로 펼치지는 않았고 검색했지만 - '혁명'의 뜻을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았다. 혁명(革命)[형-] 「명사」 「1」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2」이전의 왕통을 뒤집고 다른 왕통이 대신하여 통치하는 일. 「3」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독서 방식을 법으로 규정한 헌법 조항 따위는 없을 것이므로 우선 1번의 의미는 제외하자. 역시 독서라고 왕조가 역사 속에 존재한 적은 없으므로 2번도 제외. 남은 것은 3번이다. 3번의 의미는 그럴싸하다. ..
아무르 (2012)Love 7.7감독미카엘 하네케출연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윌리엄 쉬멜정보드라마, 로맨스/멜로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 분 | 2012-12-19 글쓴이 평점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제 고작 30대 초엽을 지나고 있는 청년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티비 프로그램 어딘가에서 본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가까이 다가가서 손을 꼭 잡은 다음,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는 것으로 시작할지도. 그런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인간은 왜 자살하지 않는가? 이것은 잘 알려진 대문호 까뮈의 질문이자, 서양 철학의 대세를 이루었던 실존주의 철학의 질문이다. 나는..
대한민국 진화론 - 정봉주.지승호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새로운 정치인의 태동, 정봉주 진화론 소개하자면 나는 나꼼수를 싫어한 부류 중의 한 사람이다. 나꼼수가 언론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당시(여전하지만...) 대체 언론의 기능을 수행했고, 정치에 관심이 떨어졌던 일부 젊은이들을 각성케 한 순기능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자체의 컨셉과 표현 방식이 영 나와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나로서는 이미 정치에 상당한 수준의 관심이 있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걸러서 양질의 정치 사회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기에 나꼼수가 가지고 있던 순기능의 어느 쪽도 내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정봉주 전 의원(이하 정봉주)의 아이돌과 같은 인기는 마뜩잖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BBK ..
에코페미니즘1)의 관점에서 바라본가족형태 변화와 공공의 문제 1. 가족형태의 변화 20세기 후반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오던 가족형태의 변화는 21세기에 들어와서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이혼의 증가로 인한 한 부모 가족이 증가했고, 입양아 가족, 무자녀가족, 친구가족, 동성가족 등 다양한 형식의 다른 가족 형태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이러한 가족의 변화에 발맞추기라도 한 듯, 최근 호주제가 전격 폐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보수주의자들2) 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가족형태의 변화가 변화가 아닌 해체이며, 파괴이고, 전통적인 가치를 훼손시킨다고 주장한다.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가족은 언제까지나 조선시대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가 있고(두 사람 모두), 자녀가..
티티새 -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불이 꺼지고, 이 병실이 거대한 어둠이 되면 정말 우울해서 견딜 수가 없어. 울고 싶을 정도다. 울면 지치니까, 어둠을 견디는 거야." "하지만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면, 햇살과 바닷바람이 불어 들어. 나는 아직도 절반쯤 감은 눈, 호나한 눈꺼풀 속에서 꾸벅꾸벅, 개와 산책하는 꿈을 꾼다. 내 인생은 형편없었어. 좋은 일이라고 해봐야, 그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을 만큼. 하지만, 이 바닷가 마을에서 죽을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야. 잘 있어." 일본 현대 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요? 라고 소개팅 자리에서 누가 물어봐준다면 요시모토 바나나 씨입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상대방은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라서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