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원곡 전람회노래 멀고느린구름 하얀 꿈을 꾸고 있네 어디인지도 모른 채 어둔 세상은 모두 잠들고 나의 숨소리뿐 난 취해가는데 깨워주는 사람은 없네 몸을 뒤척여 너를 부르네 소리도 없는 나의 슬픈 노래는 까만 허공을 채우고 울먹이는 날 위해 무심한 밤은 다시 나를 재우고 눈물로 젖은 내 술잔 속엔 나의 웃음이 또 한숨이 출렁이는 달빛에 흘러가네 날 깨워줘 네가 없는 꿈속은 싫어 아무도 없는 하얀 꿈속에 너를 한없이 부르네 루루루... --------------------- * 전람회의 데뷔곡. 내가 무척 사랑했던 노래. 부를 때마다 깊은 꿈에 빠진 듯한 기분.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밤에 어울리는 곡. 정말 네가 없는 꿈속은 싫다...
그남은 문과대 203호 강의실에서 그녀를 만났던 때를 아직도 기억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학과였고, 같은 과목을 신청했으며, 같은 조가 되었고, 공교롭게도 첫날 앉게 된 자리 역시 서로의 옆자리였다. 그남은 그녀를 본 바로 그 순간 사랑에 빠졌다. 놀랍게도. 하지만 누구에게 반하기를 잘하는 성향이었던 그남은 그녀 역시 그남이 반한 여자들 중의 하나가 되리라고만 여겼다. 그녀는 그남에게 호감을 가졌으나, 반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누구에게 반하기를 잘하는 성향이 전혀 아니었다. 그남은 친구 관계를 가장해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그남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지 1년만에 두 사람은 절교를 했다. 사실, 절교란는 단어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두 사람은 절교를 할만큼 돈..
그대는 모르는 일 작사/곡, 노래 멀고느린구름 그대는 나의 집에 한 번도 오지 않고 그대는 나의 무얼 안다고 말하나 그대가 내 눈의 무엇을 보았는지는 몰라도 그대가 내 속에서 어떤 어둠을 보았는진 몰라도 그댄 나의 집에 아직 한 번도 오지 않았잖아 그대는 아직도 나의 문을 연적도 없잖아... 그대는 나의 눈물 한 번도 보지 않고 그대는 나의 무얼 안다고 말하나 그대가 내 말의 무엇을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그대가 내 속에서 어떤 슬픔을 보았는진 몰라도 소리쳐 부르네 너를 사랑한다고 너를 사랑했다고 그대는 나의 밤에 아직 한 번도 닿지 않았잖아 그대는 아직도 나의 문을 연적도 없잖아... 2012. 6. 3. 아무 일 없는 일요일 오후.
이번에도 그남은 밖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몇 번이나 소매 끝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자신의 코를 신뢰할 수 없다는 듯이. 약속 시간을 1분 정도 남겨 놓고 아래 편에서 걸어올라오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검정색 코트를 입고 분홍빛 목도리를 입가까지 꽁꽁 맨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은 반묶음으로 단정하게 묶었다. 꽁지에는 하얀색 큰 리본이 매어져 있었다. 그녀의 큰 눈동자가 내 쪽을 보았다. 그녀는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크게 흔들었다. 그남도 크게 손을 흔들었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남의 마음도 크게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몸 속의 무거운 것들이 일순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녀와 마주하고 서자 온 몸이 바람에 흩날릴 듯 가벼워졌다. 그남은 가까스로 발을 딛고 섰다. 몇 번을 보아도 감격적이었다...
30 그남은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른 한 송이의 장미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어깨에는 기타를 둘러맨 채였다. 12월의 바람은 매서웠다. 남부터미널 앞은 저녁 중에도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그남은 추운 탓에 실내로 들어가려다가도 터미널 실내에 가득한 어묵 냄새 때문에 밖을 지키고 서 있었다. 그녀는 음식 냄새가 나는 것을 싫어했다. 그녀가 오기까지는 아직 1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너무 일찍 왔다. 그남은 깜짝 이벤트라도 준비하자 싶어 먼저 예술의 전당쪽으로 걸었다. 오르막길 저편에서 유리조각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거리에는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남은 꿋꿋이 길을 걸었다. 육교를 건너고, 예술의 전당 음악당 앞에 다다랐다..
두 사람은 교회당을 나왔다. 적도의 바람이 끼쳐왔다.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고 나니 두 사람은 어색했다. 라타나 교회당 안에서 있었던 조금 전의 일이 먼 과거의 일처럼 여겨졌다. 여자는 혼란스러웠고, 남자는 허망했다. 좀처럼 누구도 먼저 작별의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혹은 꺼내고 싶지 않았다. 여자는 얼굴을 들어 남자를 바라보지 못했다. 라에티히의 언덕 아래 감춰진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땅만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정리되거나 해소되지 않았다. 엉켜 있던 실타래는 더욱 엉켜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어찌되었거나 남자의 곁을 떠나자고 마음 먹었다. “익스큐즈미.” 그때, 교회당 문이 열리며 푸른빛 수도복을 입은 수사가 나와 말을 붙였다. 손바닥을 펴 앞으로 내밀었다. 그 위에는 여자의 결혼반지가 놓여 있었다. 남자..
사랑한 후에 원곡 전인권노래 멀고느린구름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없이 집으로 하나 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이젠 잊어야만 하는 내 아픈 기억이 별이 되어 반짝이며 나를 흔드네 저기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에 커다란 울음으로도 달랠 수 없어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오늘밤엔 수많은 별이 기억들이 내 앞에 다시 춤을 추는데 어디서 왔는지 내 머리 위로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네 어느새 밝아 온 새벽 하늘이 다른 하루를 재촉하는데 종소리는 맑게 퍼지고 저 불빛은 누굴 위한 걸까 새벽이 내 앞에 다시 설레이는데 * 처음 이 노래를 전인권의 목소리로 들었을 때 전율을 느꼈다. 내 속에 깃든 어떤 ..
교회당 쪽에서 희미하게 오르간 소리가 들려왔다. 바흐였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정확하게 곡명을 맞추지는 못했다. 커다란 문을 열고 조심스레 발 네 개를 밀어넣었다. 3층 건물 정도 높이의 높다란 천정과 창으로 비끼는 수 십개의 선명한 햇살들, 그리고 제단 쪽에 놓인 오르간에서 울려퍼지는 바흐. 연주자는 금발의 백인 여성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제일 뒤쪽 편의 기다란 교회의자에 앉아 연주를 들었다. 남자는 여자의 귀에 대고 역시 바흐는 교회에서 들어야 한다고 속삭였다. 문을 하나 밀고 들어왔을 뿐인데 남자의 말처럼 전혀 별개의 세계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연주자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커다란 대공간을 가득히 채우는 400여년 전의 멜로디에 몸을 맡겼다. 남자는 눈을 감았다. 여자도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