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나무 숲 사잇길 70 노옹은 요양원 뒤쪽으로 난 기다란 포플러나무 숲 사잇길을 걷고 있다. 오늘은 정신이 맑다. 장대비가 내린 뒤라 숲의 모든 생명들이 한껏 기지개를 켜며, 생의 냄새를 퍼뜨리고 있다. 노옹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를 원없이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늘이 자기 삶의 마지막 하루이길 바랐다. 노옹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친인척도 없었으며, 입양한 자식도 있지 않았다. 그 모두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포플러나무 숲 사이를 혼자 거니는 것처럼 노옹은 인생의 길을 혼자 걸어왔다. 치매에 걸리기 이전까지 그는 유명한 작가이자, 총명한 시대의 지식인이었다. 처음 요양원에 입원한 몇 년간은 대학생이며, 독자며, 지인이며 하는 이들이 드나들었다. 허나 정신이 나갔을 때 부리는 노옹의 고집..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또는 하늘에 대하여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흐르지 말고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떠나고 싶은 자홀로 떠나는 모습을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그대 등 뒤에 있다. ------------------------------ 그대가 이 시를 나에게 소개해주던 밤은 참 행복했다. 내 마음 속에도 차갑고 깊은 밤 하늘 위에도 따스한 한 줄기 강이 흘렀다.시를 읽고 나서도 도시 '사랑법'은 모르겠다 싶으면서도 그 한 줄기 강은 참 사랑스러..
사랑이 떠나던 날 붉은 산 너머로 지던 태양붉어지던 잎사귀들적도 위의 섬들뜨겁던 여름의 정오들을 떠올립니다당신을 그리워하면빨갛게 익어가던 내 속의 열매들이여전히 빈 가지 끝에서익어가는 듯한데사람의 속에도 어김없이 겨울은 들어눈이 내리고, 시나브로 쌓이고,눈 녹을 때 즈음엔 당신도 거기에 없기를 바랍니다나는 너무 많은 세월을 당신의 곁에서 맴돌았습니다그러나 뿌리들이 땅에 닿고 바다에 닿고당신에 닿기까지에는보다 잦은 번민과 깊은 울음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나무의 본체는 뿌리일까요 가지일까요 열매나 잎일까요마찬가지로 사랑의 본체는 무엇일까요나는 내가 맺은 것들을 지나치게 소중히 여겼습니다벚꽃이 만개한 길을 피해눈이 내리는, 혹은 겨울비가 쏟아지는 카페에 앉아커피로 정신을 깨우는 날입니다사랑이 떠나던 날, 이별의..
파주자유학교 학교 폐쇄 공문 수신까지의 경과 * 시간 순에 따라 지금까지 진행된 사건 경과를 사실관계로만 요약한 내용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이네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에 참고 자료로서 공개합니다. ※ 스마트폰의 경우 가로로 길게 보셔야 모든 내용이 보입니다. 일 자 개 요 상 세 내 용 2002. 3 고양 · 파주 지역 최초로 초등대안학교 설립 · 명칭 : 고양자유학교 → 2003. 7 자자학교(‘자연을 닮은 아이들의 자유학교’)로 개명 2006. 3 학교 명칭을 ‘행복한학교’로 개명 / 행복한학교 졸업생의 교육 지속성 보장을 위해 중등 과정인 ‘청미래학교’ 설립 2007. 12 통합 학사 건축 목적으로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부지 구입 2008. 1 행복한학교와 청미래학교를 통합하여 ‘파주..
살다살다 학교의 교육환경 때문에 주변 모텔의 영업을 제한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모텔의 영업 때문에 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해외토픽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기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경기도는 대안교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안교육 1번지로 불리워질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인근 모텔에 의해 폐교 위기에 처한 파주자유학교도 그 중 한 곳이다. 파주자유학교는 2002년 초등과정 대안학교로 설립되었다. 국내에서 초등과정 대안학교로는 처음 문을 연 것이다. 이후 10년간 파주자유학교는 초중고 통합 12년 과정의 대안학교로 성장하였다. 아이들의 안정적인 교육을 위해 정식 인가를 받을 필요성을 느껴 관련 규정에 따라 환경기준에 걸맞는 학사를 건축하기 위해 땅..
첫사랑 작사/곡 멀고느린구름 봄바람 부는 새학기 두근거리던 내 가슴사랑을 모르던 나는 그대를 처음 보았지 사랑이 시작되는 법 사랑이 계속되는 법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대를 처음 보았지 참 많은 시간이 흘러 꽤 많은 사랑을 하고 사랑이란 이런 거다 생각도 갖게 됐지만 사랑은 양보하는 것 사랑은 이해하는 것하지만 갸웃거리네 가슴에 손을 대보네 사랑을 모르고서도 그대를 사랑했었지 사랑이 시작되는 법 사랑이 계속되는 법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대를 사랑했었지 사랑을 모르고서도 그대를 사랑했었지 * 드라마 를 보다가 곡이 떠올라 오랜만에 만들어 보았습니다 : )
오른쪽 머리로, 한 걸음 더 왼쪽으로- 4.11 총선, 그리고 한국 사회의 진로에 대하여 1. 국회의원을 뽑는 기준은 '정책'과 '정당' 3일 뒤면 총선이 실시된다. 20년만이라는 총선과 대선이 맞물린 2012년이다. 이 두 큰 정치 이벤트로 우리 사회는 크게 요동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계는 일정 수준 지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지역일꾼'이라는 미사여구는 과거 양김 정치 시대에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지역감정에 호소하고, 정치적 판단을 흐리게 하기 위한 차양막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지역 예산을 잘 타오기 위한 지역 반장을 뽑는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일은 나라에 어떠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