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Hysterie가 극에 달하고 있다. 미스테리다. 미스터리mystery가 미스테리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미스테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미스터리를 푸는 일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을 일일 것 같지만, 구태여 그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 일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미스테리 실종 사건에 대한 추적에 나서지 않는 것일 테지. 혹시 어쩌면 김이라는 사람이나 박이라는 사람이 그 작업에 이미 뛰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김과 박은 미스테리 실종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던 흑막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어째서 이런 상상까지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히스테리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이..
그가 다운펌 전도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곧 10여년 전 서촌에 있었던 한 까페를 떠올렸다. 그런 인테리어의 까페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까페의 주인은 어지간히도 꼬끼리에 집착하는 남자였다. 당연히 커피잔과 과자를 담은 접시 등에는 모두 코끼리가 그려져 있는 것까지는 ‘애호’의 수준에서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문의 손잡이가 코끼리 코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은 22세기가 되어서도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을 게 분명했다. 내가 기억하기로 까페의 이름은 ‘그랑블루’였다. - 어째서 코끼리가 아닌가? - 나와 B, 그리고 다운펌 전도사 될 운명에 대해 몰랐던 C는 서로 절친한 대학 동기였다. 나와 B는 줄곧 장학금을 받고 다닐 정도로 학내 성적..
생명은 어쩌다가 지구에 출현했을까. 하나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구가 태양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궤도에 우연히 위치했기 때문이다. 행성은 항성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끝없이 타오르는 별이 되고, 너무 멀어지면 모든 것이 얼어붙는 별이 되고 만다. 지구와 같은 조건 하에서 생명이 출현할 수 있다면, 다른 은하계 속에서도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어떤 행성이 항성에 대하여 지구와 같은 궤도에 있을 때 그 별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태양에 대하여 지구의 위치와 같은 균형 잡힌 궤도를 이름하여 '골디락스 궤도'라고 한다. 태양은 지구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해주는데, 그렇다면 지구는 태양에 대하여 무엇을 제공해주는 것일까. 우주의 법칙 중 하나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르자면 반드시 지구..
인기 없는 드라마를 묵묵히 시청해나간다는 것은 무척 고독한 일이다. 게다가 그 드라마가 애국가보다 못한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나는 언젠가 진실한 여행서를 집필하기 위해 아무도 오르지 않는 산길을 터벅터벅 올라갔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 도무지 어딘지 알 수 없는 공동묘지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드라마 는 그날의 일을 내게 상기시키려는 양 나날이 시청률이 떨어졌다. 이러다가는 드라마의 마지막 즈음에 공동묘지 신이 등장할지도 몰라! 라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1500원짜리와 2000원짜리 두루마리 휴지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5분 이상을 소비하다 끝내 1500원을 선택하고 마는 하잘것없는 인간인 나라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분연히 남영역으로 향했다. 다..
"아사꼬는 스위트피를 따다가 꽃병에 담아 내가 쓰게 된 책상 위에 놓아주었다. 스위트피는 아사꼬 같은 어리고 귀여운 꽃이라고 생각하였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을 떠올리면 자연히 '인연'과 '아사꼬', 그리고 '스위트피'가 연달아 온다. 옛 인연을 떠올리고, 어느 봄날의 아사꼬를 잠시 불러 만나고 나면, 마지막은 스위트피의 차례다. 스위트피를 만지려고 손을 내밀면 또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 씨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위트피의 음악이 생각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은 '섬'이었다. 비록, 작사와 작곡은 재주소년이 한 것이지만 첫 가창부터 스위트피에게 맡겨진 곡이었기에, 내게는 여전히 스위트피의 곡으로 남아 있다. 피천득 선생과 아사꼬, 그리고 스위트피와 섬이 나란히 마음 속에서 일렬로 배열이 되는 날이 있다. ..
커피는 한밤에 마시는 것이 맛있다 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정확한 통계 수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엊그제 내렸던 커피가 정말로 맛있었던가 하고 떠올려보면 어쩐지 불확실해지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도 본래 '한밤의 커피'라고 하려다가, '커피는 한밤중'으로 전격 교체되었다. 아시다시피 커피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커피를 한밤중에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 수 있었던 연령대가 정확히 언제까지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히 서른셋 무렵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아니다. 어쩌면 그 시절에는 대안학교 교사회의를 마치고 집에 새벽에 들어와 커피를 내릴 새도 없이 곯아떨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까페 지점을 맡아 커피드리퍼로 온종일을 살았던 서른넷..
오래 기다렸던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렸다. 되돌아보면 2012년 12월부터 내 마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이 세상의 실질적인 변혁이었다. 줄곧 내 내면으로 향해 있던 에너지가 드물게 외부의 세상으로 강하게 뻗어나갔던 시기였다. 어쩌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온전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바라던 세상의 실질적인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밖으로 향하던 에너지를 불러모아서 다시 내 삶과 내면으로 향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세월은 무섭도록 빠르게 지나간다. 30대의 문턱을 어제 갓 넘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나를 '청년'이라고 지칭하는 게 맞을지 주저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손에 쥔 것 중에는 그닥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만한..
그대가 타고 간 작은 섬 작사/곡 멀고느린구름 그대가 타고 간 작은 섬 지금은 어디에 떠있나 내가 살던 그 방 아직도 그 섬 안에 있는지 없는지그대가 타고 간 작은 섬 지금은 어디로 흐르나어디로든 밤이 없는 저 멀리멀리로 가겠다 말했지 *하루가 가고 또 계절이 변해도 왜 난 그대로인지 많이도 웃고 또 농담도 하는데 왜 난 그대로인지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우우우우 그대가 타고 간 작은 섬 지금은 어디서 듣는가 잘못 보낸 편지 같이 돌아오지 않는 이 삶의 노래를 **하루가 가고 또 계절이 변해도 왜 난 그대로인지 많이도 웃고 또 농담도 하는데 왜 난 그대로인지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