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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히스테리

멀고느린구름 2017. 7. 2. 07:54

히스테리Hysterie가 극에 달하고 있다. 미스테리다. 미스터리mystery가 미스테리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미스테리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미스터리를 푸는 일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을 일일 것 같지만, 구태여 그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 일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미스테리 실종 사건에 대한 추적에 나서지 않는 것일 테지. 혹시 어쩌면 김이라는 사람이나 박이라는 사람이 그 작업에 이미 뛰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김과 박은 미스테리 실종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던 흑막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어째서 이런 상상까지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히스테리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봉착할 때 우리는 "정신적 원인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흥분 상태"에 도달한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내가 벌써 3개월 째 '일시적'으로 이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일시적'이란 사전적 정의에 기댈 수 없게 되므로, 나는 내가 겪고 있는 이 비일상적인 고조-불안-흉폭-첨예-낙담-자포자기 등등의 상태를 정의할 수 있는 다른 말을 정신과 항목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항목은 세계 인구의 80분의 1 정도가 앓고 있다는 '우울증'이다. 과연 이 증상을 '이 또한 지나가리니즘' 사상에 기반하여 견뎌야 할지, 가까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봐야 할지 고민이다.(사실은 전혀 고민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을 고민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밤 사이 비가 내렸다. 깨고 나니 새가 울고 비는 그쳐 있다. 조만간 내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2017. 7. 2.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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