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닐라 - 한 때 목숨보다 귀하게 여겼던 강아지 인형이 있었는데, 그 강아지 이름은 아마 바닐라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디로 간 걸까. 혹은 언제 간 것일까. 방학이 되어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하루 종일... 나는 바닐라를 찾고 있다. 10년이나 넘게 잊고 있던 것이 왜 갑자기 이리도 중요해진 것일까 자문해보지만 딱히 답은 없다. 다만 지금은 바닐라의 까맣고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을 뿐. 책상 서랍과 옷장 구석구석. 침대 밑. 심지어 찬장 속과 김치 냉장고 안까지 들여다보았으나 바닐라는 없다. 엄마는 내가 아침부터 수선을 피우는 걸 보며 "우리 새끼가 드디어 제 손으로 방 청소를 하네." 라며 대착각 중이어서 바닐라의 행방을 섣불리 물을 수도 없다. 결자해지라는 사자성어가..
女神이란 무엇인가 (중국의 신화를 중심으로) 글쓴이: 멀고느린구름 patr-0. 여신과의 만남. 대학 입학 이후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던 여인과 이별을 하고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친구들은 모두 군대로 도피해가고, 서울 하늘 아래 나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었다. 바람에 낙엽이 뒹굴 듯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밥을 먹고 그렇게 그냥 세월만 흘려보내던 때였다. 어느 날 나는 문득 나도 모르게 내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느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을 맞이한 대학 2학년생의 그 눈물은 마치 죽음을 앞둔 90 노인의 회한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변해야지! 이대로는 안돼! 그래 다시 부활하자! 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쳤던 것은 아마도 그때였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또..
스티브 잡스 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짐 코리건 (명진출판사, 2009년) 상세보기 하트 점수 : ♥♥♥ 올 초에 아이폰을 구입하면서 '애플'이라는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폰은 '혁신'이라는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제품이었다. 기존에 오즈 아르고폰으로 힙겹게 모바일 인터넷을 즐기던 나에게 아이폰의 컴퓨터와 다름없는 웹서핑 속도는 구원에 가까웠다. 더불어 아이폰으로 즐길 수 있는 여러가지 게임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은 나 같은 준 얼리어댑터 성향의 종족들의 열광을 이끌어낼 수 밖에 없었다. 아이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애플'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애플'이라면 비틀즈가 세운 음반회사와 동일한 사명이다. 그렇다면 둘은 같은 회사? 결론 = ..
하프웨이 감독 키타가와 에리코 (2008 / 일본) 출연 키타노 키이, 오카다 마사키, 미조바타 준페이, 오오사와 타카오 상세보기 하트점수 : ♥♥♥♡ '하프웨이'란 제목보다는 일본 원제 대로 '할프웨이'로 발음하는 게 더욱 바람직하겠다. 이와이슈운지가 제작자로 참여한 '할프웨이'는 이와이 월드의 영화답다.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아주 담담하게 고3 시절을 보내는 두 어린 연인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렇다할 사건도 거대한 음모도 지독한 슬픔도 없다. 그저 그냥 누구나 어느 시절엔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가만히 넘겨보는 영화다. 그 담담함이 참 좋았다. 영화 속에는 대사도 별로 없다. 카메라의 서정적인 렌즈가 두 사람의 마음의 흔들림과 여린 표정들을 아름답게 잡아낸다. 특..
친애하는 나의 자전거 '오바마'군(대망의 미 건강보험 법안 통과일에 분양)을 타고 모처럼 주말 나들이를 다녀왔다. 한적한 시골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노라면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산뜻한 기분이 든다.처럼 청순한 스타일로 차려입고 철원 시골 마을 곳곳을 누볐다. 바람에서 5월이 한껏 느껴졌다. 길길마다 핀 이름모를 들꽃들이 생명의 기운을 퍼뜨리는 통에 괜시리 힘이 났다. 한참을 떠돌던 중 우연히 만난 포충사라는 옛 건물. 과거 조선시대의 유명한 장군을 모신 사당이었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 들어 고색 창연한 옛 건물을 보면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정갈한 나무의 색이며 세련된청의 푸름, 기와의 곡선. 그와 어우러진 오래된 나무와 하늘의 구름들. 이 시대의 건축물이 우리의 아름다움을어가..
빅뱅 우주론 강의저자이석영 지음출판사사이언스북스 | 2009-09-30 출간카테고리과학책소개팝콘처럼 톡톡 튀는 우주론의 강의 스펀지처럼 쏙쏙 들어오는 첨단...글쓴이 평점 대체 무엇이 우주에 우주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의문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어릴 적 나는 숲에 들어가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 하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학생 시절 나를 온통 사로잡았던 질문은 왜 우주가 생겨 났으며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근원적으로 고통이다. 행복이란 것도 고통이 감소되거나 해소가 된 상태이다. 고통과 행복 중 더 근원적인 것을 말하자면 역시 고통이다. 물리학적으로 모든 생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