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新)정치와 반(反)정치를 넘어서 1. ‘새정치’의 등장 ‘새 정치’가 아닌 ‘새정치’라는 고유명사는 지난 2011년 안철수 교수가 야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면서부터 생겨났다. 유력한 지지를 얻는 정치인이 미미한 지지를 받고 있던 후보에게 전격적으로 후보직을 양보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 유래가 없는 일이었기에 ‘아름다운 양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후 안철수 교수의 대국민 지지율은 폭발적으로 상승하여 박근혜 대세론을 꺾고 박근혜 후보를 대선 후보 2위로 밀어내기까지 했다. 결국 정치판에 나올 것이냐 말 것이냐로 설왕설래를 반복하던 중 2012년 9월, 드디어 안철수 교수는 안철수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정가에 새정치의 바람에 폭풍처럼 불어 닥쳤다. 그러나 막상 정계에 발을 디..
짧은 만남, 긴 이별 김경호 씨의 노래 중에 좋아하는 곡이 있다. '긴 이별'이라는 제목의 노래다. 김경호 씨 본인이 만든 곡이고, 의외로 음역대가 낮아 비교적 부르기 쉬운 노래다. 노래의 멜로디 훌륭하지만 가장 마음을 끄는 것은 제목이다. 어쩐지 '긴 이별'이라는 말은 내 마음에 물결을 일으킨다. 벌써 3주가 다 되어가는데 나는 얼마 전 사귀던 이와 이별을 했다. 4개월 남짓의 만남이었다. 2010년, 아주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이와 이별한 뒤로부터는 가장 길었던 연애였다. 그 사이에도 짧은 만남들이 몇 차례 있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나로서도 조금 진지하게 마음을 먹은 바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4개월이라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마음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
리스본행 야간열차 (2014) Night Train to Lisbon 8.2감독빌 어거스트출연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마르티나 게덱, 크리스토퍼 리정보로맨스/멜로, 스릴러 | 스위스, 포르투갈 | 111 분 | 2014-06-05 글쓴이 평점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는가 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고갯길에서 버려진 녹음 테이프 하나를 주웠던 일이 있다. 집에 돌아와 오디오 속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하자마자 나는 정지 버튼을 눌러야 했다. 그 테이프 속에는 놀랍게도 알 수 없는 여자의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녹음되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 테이프를 비밀리에 간직하며 깊은 밤에 몰래 꺼내 듣고는 했다. 그 여자의 목소리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고, 신음 소리는..
경주 (2014) 7.4감독장률출연박해일, 신민아, 윤진서, 김태훈, 곽자형정보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45 분 | 2014-06-12 글쓴이 평점 경주에 갔었다 경주에 갔었다. 누구나 경주에 간 일이 있을 것이다. 나는 경주에 간 일이 세 번 있었다. 첫 경주 방문은 당연하게도 수학여행 때문이었다. 그때의 나는 부산 감천동에 있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다. 아니, 6학년생이었던가. 정확하지 않다. 정확한 것은 다음과 같은 기억이다. 경주로 가는 관광버스 속에서 나를 좋아했던 한 여자아이가 계속 쿠크다스를 권했다. 나는 수학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쿠크다스 세 상자 정도는 먹었던 것 같다. 불국사라든지, 다보탑의 아름다움 같은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게 첫 번째 경주는 오직 쿠크다스로 수..
오, 음악 종종 문학보다 음악이 더 좋다. 나는 온종일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노래를 부르거나 곡을 만들고 있을 때는 머릿속의 상념들이 깨끗이 지워져서 좋다. 마음을 글로 옮기는 일에는 머리를 굴리는 일도 어느 정도 필요해서 온전한 두뇌 휴식이 안 되는데, 음악에는 이성이 거의 필요 없다. 마음과 소리가 곧바로 이어진다는 느낌. 그 깔끔함과 몰입감이 좋다. 내가 만든 노래밖에는 연주할 줄 모르는 나이지만 적어도 내 곡을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때는 나도 꽤 그럴듯한 기타리스트가 된 것 같아 으쓱해진다. 내가 데리고 있는 빨간 일렉기타는 '댄 일렉트로'라는 상품명이 붙은 어르신이다. 일렉을 지르라는 지름신의 계시를 2년 전에 받고서 인터넷의 망망대해를 헤매이다..
비오는 날의 소나기 kbs에서 방영했던 TV문학관 '소나기' 를 봤다 약간 변형된 얘기였는데, 그래도 좋았다 원작의 은은한 감동 보다는 덜했지만 소녀가 죽은 이후의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다 눈이 내리는 개울가에 앉아 말 없이 소녀에게 미처 못 건넨 조약돌을 만지작 거리며 여린 웃음을 짓는 소년... 나는 또 살풋 울어버리고 말았다 모든 이의 가슴 속의 어느 시절에는 반드시 한 무리의 구름이 모여 소나기를 나리고 있으리라 그리고 누군가 그 비에 젖은 마음으로 우리네 삶의 옷자락 어드메에 지지 않는 물을 들여 놓았으리라 지지 않는 물을 억지로 지우려다 보면 옷이 해지는 법이다 흙이 빗물을 머금듯 눈이 거리에 스미듯 아.. 모든 사랑이여 잊히지 않고 작은 미소가 되거라.. 2005. 6. 27. 멀고..
우아한 거짓말 (2014)Elegant Lies 8.3감독이한출연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유아인정보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4-03-13 글쓴이 평점 그러나, 눈 돌리지 않는 삶 왜, '우아한 거짓말'인 걸까? 항상 궁금하던 것은 그것이었다. 영화를 본 후에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극 중에서 죽은 '천지'가 자신의 고통을 가족들에게 숨긴 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어째서 '우아한' 거짓말인 걸까. 의문은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이 리뷰를 쓰기 위해 포스터 이미지를 찾던 중에 발견한 다음 이미지 덕분이다. '우아한 거짓말'은 죽은 천지의 것만이 아니라 살아남은 모두의 것이었다. 아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슈퍼소년 앤드류가 될 수는 없을까 오늘 불을 켜기 위해 전등 스위치를 건드렸다가 감전 됐다; 그냥 아얏! 정도가 아니라 전류가 손가락 끝에서 발끝까지 흘러서 몸 전체가 진동을 했다. 감전 된 순간 아... 난 이렇게 가는구나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난 살아남았다. 그것도 멀쩡하게. 아니 머리가 좀 멍해진 것 같기도 하다. 머리가 조금 나빠져버린 것일까? 문득 어렸을 때 무척 좋아했던 외화 한 편이 떠올랐다. 앤드류는 우주에서 날아온 감마선을 맞고 초능력을 지니게 된 청소년이다. 스프레이를 뿌리며 하늘을 나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앤드류를 그때는 무척 동경했다. 혹시 나도 전기 감전으로 인해 초능력 같은 것을 얻은 게 아닐까 싶어서 껑충 뛰어보기도 하고 숟가락을 열심히 째려보기도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