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제목에만 의지하여 시작되는 소설이라면 나도 쓴 적이 있다. 이렇게 문장을 쓰는 순간 이미 하루키에게 지고 시작하는 게임이 된다. 그는 나보다 훨씬 연상이고, 훨씬 이전부터 프로 소설가로서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글을 통해서 무언가 남과 승부를 내보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고 이제 와서 이야기하기도 조금 머쓱하다. 아무튼, 아무튼이라고 정리하자면 소설가 중에서는 제목만 정해놓고 그 제목에서 풀려나오는 대로 멋대로 이야기를 써버리는 부류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소설집이라고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는 이 소설집은 그런 부류의 소설 작법을 통해서 만들어진 소설집이다. - 그렇지 않은 소설도 있는 모양이지만 대다수가 그런 식이다. - 일단 읽어보면 알겠지만 제목과 전혀 상..
14세와 타우타우씨저자우메다 순사쿠, 우메다 요시코 지음출판사아름드리미디어 | 2014-09-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1998년 일본 그림책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난생 처음 ...글쓴이 평점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배워가는 사람들 눈을 감고 가만히 떠올려본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알고 있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았을 때, 나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었나 하고. 그러면 우습게도 가장 먼저 떠올라오는 말은 ‘국영수’다. 남몰해 좋아했던 짝의 이름도 아니고, 국과수(국립과학수사원)도 아닌 국영수라니. 학창 시절을 통틀어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국영수’고, 가장 열중해서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던 것도 국영수이니 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영수 다음으로는 뭐를 배웠나 ..
매직 인 더 문라이트 (2014) Magic in the Moonlight 7.6감독우디 앨런출연엠마 스톤, 콜린 퍼스, 마샤 게이 하든, 해미쉬 링클레이터, 재키 위버정보코미디, 드라마 | 미국 | 97 분 | 2014-08-20 글쓴이 평점 오, 사랑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기 시작한 것은 몇 해전 개봉한 를 보면서부터다. 최고의 문학가들이 실물과 꼭 닮은 배우들의 모습으로 재현되는 그 영화는 소설가 지망생인 나의 로망을 한껏 충족시켜주는 영화였다. , 으로 이어진 우디의 영화는 시종 경쾌하면서도, 그 속에 선명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어 트렌디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주의 영화를 즐기고 있다는 우쭐함도 함께 선사하곤 했다. 이번에 개봉한 는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몇 가지 ..
전기면도기를 찾아서 애용하던 전기면도기가 고장난지 이틀째. 성장 속도가 빠른 나의 수염은 점차 짙어져서 급기야는 안정환님 수준으로 자라나고 말았다. 어린애가 아빠 콧수염 훔쳐다 붙인 것 같은 나의 얼굴은 너무나 코믹하여, 이런 코믹스 버젼으로는 도서관에 출근할 수 없어! 라고 비명을 질렀다. 물론 -5 정도의 볼륨으로. 출근시간까지 두 시간의 여유. 나는 새로운 전기 면도기를 구입하기 위해 대모험을 시작하였다. 구멍가게에 라면 사러 가는 기분으로 시작된 나의 모험은 그러나 예상 외의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동네 구멍가게 전기 면도기 없음. 조금 큰 슈퍼마켓에도 없음. 그것보다 조금 큰 동네 할인매장에 역시 없음. 편의점, 과연 없음. 선물가게 당연히(?) 없음. 철물점 있을리가 없음. 전기 수리상,..
언젠가 소중한 친구를 만난다면 내가 있는 이곳은 자취방이야. 고려대학교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나만의 세계.조그맣다면 조그말 수 있지만, 내 생각의 나무를 키우고, 내 몸이 쉬기에 충분한 땅이니 뭐 지내기에는 괜찮아^^. 너도 내년에 서울에 오게 되면 이런 곳에서 생활하게 될테지. 어느새 겨울바람이 12월을 데리고 왔다. 밤이면 꽤 쌀쌀해져, 아침에도 그렇고. 일곱 시 쯤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는데, 얼굴에 닿는 바람이 스산해. 흠 그래도 내 아침의 첫숨을 불어넣어주는 겨울바람은 참 좋다. 네가 사는 그곳에도 찬 겨울바람이 숨을 불어넣어 주겠지. 12월. 신춘문예가 주루룩 있는 달이지. 음 나대로 열심히 글을 써보고 있는데, 좀 게을러서 큰일이야^^; 그런 거 알려나? 시험 때 되면 괜히 공부하기 ..
다시 어둠 속에 등불을 밝히며 올해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해로부터 120년이 되는 해이다. 60년을 한 주기로 셈을 했던 선조들의 역법에 따르면 올해로 갑오 동학농민혁명이 있으신 2주기가 지나간 것이다. 올해는 바로 갑오년이다. 내가 갑오년과 동학농문혁명을 묶어서 연상하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즈음부터였다. 계기가 있었다. 강의실을 찾아갔더니 갑자기 휴강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던 날이었다. 아무런 약속도 없던 날, 갑작스럽게 아르바이트 때까지 3시간 남짓의 시간이 남아버려 나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돌아다녔다. 황학동 도깨비시장과 헌책방 거리를 기웃거리는 게 가장 만만한 소일거리였던 시절이었다. 자주 가던 헌책방에 들러 책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새로 들어온 한 전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라는 제목의 대하..
광주에서 거북섬원주민을 만나다 5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달려서 도착한 빛고을 광주의 날씨는 흐릿했다. 저기압 탓인지 머리도 지끈거리고 몸도 오래 움직이지 않아 경직되어 있었다. 서울보다 매섭게 느껴지는 추위는 몸을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애써 몸을 추스려 광주문예회관에 도착해 공연일정을 확인하고, 잠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4시에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소극장 문 앞에서 인디언 기념품들을 팔았다. 드림캐처와 음악씨디, 목공예품, 그리고 왐품 팔찌로 보이는 아이들.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드림캐처와 음악씨디를 구입했다. 공연장 안에 들어가 좌석에 앉았으나, 주변이 많이 어수선 했다. 아무래도 주최측의 농간으로 초대권이 대량 발행된 듯 했다. 그러고도 좌석은 여기저기 텅텅 비어 있어 안타까웠다. 시간이 ..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당신은 나를 공상가라고 말할지 몰라요. 근데 나만이 그런 건 아니예요.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언젠가 당신도 함께 하게 되길 빌어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되어 살아가겠지요. - 존 레넌, 'imagine' 중 꿈꾸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빛나님에게 아~ 정말 오랜만의 새글이네요^^* 저도 그간 바빠서(?) 새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요즘은 좀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고 있어서 인디언에 관련된 글은 거의 못 쓰고 있는 형편이네요 음음. 사람의 인생이라는 건 무척 중요한 거죠. 한 번밖에 못쓰는 일회용이잖아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