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저자이문열 지음출판사민음사 | 2005-11-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오늘의 작가총서 12 「젊은 날의 초상」. 오늘의 작가총서 시리...글쓴이 평점 청춘의 쓸모 청춘은 도무지 쓸모가 없다. 국어사전 검색창에 '쓸모'라고 입력하면 '쓸 만한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문'이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청춘은 아직 그 사람의 가치가 온전히 정해지지 않은 시기이기에 쓸모가 없다. 특히 오늘날의 청춘은 쓰이게 될 분야나 부문이 뚜렷하지 않거나 있으나 마나한 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쓸모가 없다. 이래저래 청춘은 참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청춘의 쓸모가 분명하던 시절도 있었다. 가령,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 운동을 전개하거나,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의 투사가 되었어야 할 시절, 노동 탄압에 항거하여 정부를 향..
언젠가 기린을 만난다면 "저는 동물 중에서 기린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다음은 펭귄이나 코끼리입니다." 최근 느닷없는 질문을 받았다. 기린을 만난다면 무얼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마치 지금 당장 허난설헌과 만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라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글쎄, 동경했던 대상이긴 했지만 직접 대면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직접 기린을 만난다면 물론 그 장소는 높다란 쇠창살이 둘러져 있는 냄새 나는 동물원은 아닐 것이다. 상상을 해본다면 세렝게티와 같은 대평원에 깨끗한 화이트 식탁보가 덮인 식탁을 사이에 두고 기린과 마주앉아 있는 모습이 이상적이겠다. 지평선으로는 붉은 노을이 지고 - 이문세의 '붉은 노을'은 BGM으로 깔리지 않아도 된다. - 기린과 나는 시원한 파인애플 주스를 마..
인디언 교육6. 가르침의 때 - 멀고느린구름그분은 어떤 기술을 가르칠 때면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큼, 그리하여 오로지 그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찰 때까지 기다리셨다. 그분은 우선 우리의 마음에서 알 필요를 이끌어내고 우리의 관심과 욕구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비로소 그 필요을 채워주셨다. 그분은 우리가 필사적으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그러한 필사적인 마음을 맨 먼저 이끌어내는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였다. 그분은 우리가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또한 '코요테 선생'이었다. 코요테 선생은 학생에게 모든 대답과 기술을 보여주지만 그것을 일일이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대신 코요테 선생은 비록 실수할지라도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답..
와니와 준하 (2001)Wanee & Junha 9.3감독김용균출연주진모, 김희선, 조승우, 최강희, 김준호정보로맨스/멜로 | 한국 | 114 분 | 2001-11-23 글쓴이 평점 와니와 우리들의 시간 처음 를, 조그만 자취방에서 10인치의 노트북 모니터로 보던 때가 언제였지? 하고 문득 떠올려본다. 비가 오던 날이었다. 가뜩이나 빛이 잘 들지 않는 방은 더욱 캄캄했다. 눅눅한 습기가 방 안에 자욱했고, 나는 외로웠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에서처럼 동거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부러워했었다. 그때 아마 나는 짝사랑에 빠져 있거나,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상태였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우산을 쓰고 영화 속의 공간과 닮아 있는 제기동 골목길을 하염없이 걸었던 것 같다. 빗..
사물들저자조르주 페렉 지음출판사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03-0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탁월한 언어 미학과 혁신적인 소설 기법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글쓴이 평점 나의 21세기* 이 글은 의 표현 방식을 흉내내서 써본 저의 대학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 자신들이 부자일 줄 안다고 믿었다. 그들은 부유한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바라보고, 웃을 줄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요령과 그에 필요한 신중함도 가졌을 것이다. 자신의 부를 잊고 과시하지 않을 줄도 알았을 것이다. 으스대지도 않았을 것이다. 풍요로움을 호흡했을 것이다. 그들의 즐거움은 강렬했을 것이다. 걷기를 좋아하고, 빈둥거리고, 고르며 음미하기를 즐겼을 것이다. 삶을 누렸을 것이다. 삶은 하나의 예술이었을 것이다. 반대..
저녁이 깊다저자이혜경 지음출판사문학과지성사 | 2014-09-12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평범한 삶의 위대함을 각별하게 보듬다’ 다감하고도 정밀한 시선...글쓴이 평점 삶에도 저녁이 있다면 어떤 신문 지면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정치인들이 내세운 구호 중 가장 아름다운 구호로 선정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혜경 소설가의 『저녁이 깊다』를 읽고 다른 각도로 생각해봤다. 삶에 저녁이 있다면. 삶에 새벽이 있다면 그것은 유년기일 것이다. 아침은 청소년기이고, 정오는 20대, 오후 2시에서 4시 즈음은 30대 퇴근이 기다려지는 5시에서 6시는 40대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리고 7시에서 8시에 해당하는 저녁은 50대 즈음이지 않을까. 『저녁이 깊다』는 1960년대에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함께 새..
신여성이 있던 자리* 10년 전에 썼던 글입니다. 요즘 한창 뜨거운 페미니즘 논의에 참고가 될까하여 올려봅니다 : ) 1. 신여성이란 무엇인가 1)근대와 신여성 서구 근대화의 물결에 떠밀려 개화기를 맞았던 조선은 근대의 신분제 붕괴의 사상적 기반이었던 자유론과 평등론의 논리에 바탕을 둔 양성평등 사상의 영향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양성평등 사상인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평등 사상은 개인이 그들의 자율성을 행사하고 그들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하는 사회가 곧 정의사회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여성도 한 개인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밀의 이와 같은 자유주의 페미니즘 사상은 조선 개화기의 여성론과 상당히 닮아 있다. 그 첫째로 여성의 동등한 교육을 강..
도련님저자#{for:author::2}, 도련님#{/for:author} 지음출판사현암사 | 2013-09-1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천년의 문학가 나쓰메 소세...글쓴이 평점 어째서 나쓰메의 작품은 오늘에도 내가 읽은 나쓰메 소세키의 첫 작품은 역시 『마음』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언제 어느 때, 어떤 경로를 거쳐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장 곤란한 점은 내가 스스로 이 책을 꺼내 읽은 것인지, 혹은 친구의 권유에 의해 읽게 된 것인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몇 번이나 돌이켜보았지만 결판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아무래도 안전한 길을 택하는 쪽이 좋겠다. 오래전 만나던 한 친구가 손에 꼽던 작품 중의 하나가 『마음』이었고, 나는 그 친구의 영향으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