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베스트 셀러를 집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최근의 사례는 역시 같은 경우이다. 광고와 유명세를 책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는 베스트 셀러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어디서 굴러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책장 종교학 코너에는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이 언제부턴가 꽂혀 있었다. 아마도 어느 중고 책방에서 싸게 얻어 왔거나 했던 것 같다. 바로 왼편에는 이 꽂혀 있었고, 오른편에는 서광 스님의 이 놓여 있었으니 중간에 끼인 이 한 급 낮은 승려의 책에 손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지지난 주 쯤 마음이 무척 혼란스러워지는 일이 생겼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너무 무거운 책은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세상의..
이윤기 감독의 영화, 말해질 수 없는 말들 0. 감독 이윤기 에 대한 해설서를 쓴 소설가 이윤기 씨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그분의 흰 머리칼과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중후함은 좋아했다. 감독 이윤기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2004넌 [여자, 정혜]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당시 그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제목에 이끌렸던 기억이 난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지수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였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작가 이윤기의 감독 데뷔작으로 오인하고 있었던 탓에 굳이 찾아볼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나 잠시 머물렀던 숙소의 무료 영화 서비스 목록에서 [멋진 하루]를 발견하고 보게 되었다. 순전히 전도연 씨가 나왔기 때문에 켠 것이었다. 그로 인해 그 날이 영화 제목처럼 멋진 하루..
언니네 이발관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 언니네 이발관 노래/루오바뮤직(Luova Music) 어떤 음반의 경우, 그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비틀즈의 , 메르세데스 소사의 , 카펜터즈의 , 레논의 등이 내게는 그런 음반이다. 국내에서는 양희은의 , , 이상은의 , , , 한대수의 , 전람회의 등이 그런 음반이다. "20세기에 살던 때에는 훨씬 더 좋은 음악들이 마음을 흔들었다고 생각한다. 21세기에 들어서는 20세기의 음악을 넘어서는 음악을 들어본 적이 많지 않았다. " 이런 식의 '20세기 음악 예찬론'을 퍼뜨리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2008년 겨울 군 훈련소에서 바로 이 음반 를 듣기 이전의 시절 말이다. '명반'이라는 말은 비틀즈나 밥딜런, 마돈나, 한대수, 신중현, 들국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김영하는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의 김영하가 있게 만든 를 읽었을 고교생 시절에는 한국에도 유럽 본토에 대적할만한 신인이 나왔다! 고 감격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읽은 이나 의 경우 그만한 감흥을 받지 못했다. 그 뒤로는 다소 게으르게 그의 작품들을 읽어왔다. 는 한 해 동안 국내의 굵직한 상들을 두루 수상하던 시기에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이후 그가 오랜만에 출간한 단편집이다. 읽기 쉬운 것부터 읽어가는 내 독서 방식 대로 짧은 꽁트들부터 읽었다. 정말 재미가 없었다. 부산에서는 흔히 없는 맛없는 음식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니맛 내맛도 없다. 이 단편집 속에 수록된 꽁트들은 딱 그맛이었다. 굳이 읽을 필요가 있..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에게 '말하듯이 불러라'라고 조언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언뜻 아, 그렇구나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 애매모호한 말이다. 헌데 여기 그 정답이 있다. 양희은이다. 양희은 씨는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란 무엇인지 이 음반을 통해 그 진수를 보여준다. 한참 음악에 취미를 갖고 즐겨듣던 중고교시절 내게 '양희은'이라는 이름을 각인 시킨 것은 아이엠에프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캠페인송이었다. 그렇다. 바로 그 '상록수'다. 깨치고 일어나 끝내 이기리라~ 고 호소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높은 파도 소리처럼 들렸다. '아침이슬',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상록수 원제)' 등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노래를 부른 양희은을, 당시 나는 성악가 같은 성량으로 대곡을 위주로 부르는 지..
동물원킨트저자배수아 지음출판사이가서(주) | 2002-10-04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배수아는 이번 소설에서 동물원을 통해 이방인이 되면 자신에게 피...글쓴이 평점 누군가 아무런 인사를 남기지 않은 채 떠났다 해도 "심봤다!' 라고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 킨트, 네가 쓴 너의 자서전을 읽고 나서야. 아니, 자서전이 아니라 수기? 아니야. 네가 쓴 소설인 건가? 아무튼 내가 바라는 건 모쪼록 네 눈이 아직은 이 글 정도는 읽을 수 있는 정도였으면 좋겠다는 거야. 글자 포인트 크기를 높일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으려해. 왜냐고? 너의 눈에게도 혹시 자존심이란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난 너와 친해지고 싶거든. 그러니 조심해야지. 너의 글을 읽고 문득 나도 동물원에 가고 싶어졌어. 특히 네가 "동물원 킨트는..
Asian Prescription - /이엠아이(EMI) 나의 20대 전반부를 소개해보라고 했을 때 이 음반과 이상은(정확히는 당시의 '리채')을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나의 청춘은 이상은으로부터 시작되어 이상은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음악은 내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상은과의 만남은 당시 하루종일 국내외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던 엠넷 채널을 통해서였다. 1999년은 종말에의 기대와 공포가 교차하던 시기였다. 사람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공허하기 그지 없었다. 내 마음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3이었고 때는 여름방학이었다. 매미가 울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방안에 혼자 반쯤 누워 엠넷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데 리채(이상은)의 '어기여 디어라'가 흘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 - 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 "교수들은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고, 학생들은 교수들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한다. 악순환이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을 개선할 수 있을까? 미안한 말이지만, 학생들이 먼저 시작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먼저 할 일은 학교나 교육당국에 '선생님'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일이다." 툭하면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 엄마에게 '미안해요'라고 하면 엄마들이 늘상하는 레파토리 같은 말이 있다. "미안한 줄 알면 하지를 마!" 세월에 시들지 않는 주옥 같은 금언이다. 베스트셀러에 대해서는 일단 경계를 하고, 웬만해서는 읽지를 않는 내가 수 십만부가 팔렸다는 를 손에 든 것은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본 진보신당 청소년 당원의 짧은 글을 보고서였다. 그는 이 책의 제목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