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 정규 4집 사랑 - 이적 노래/씨제이 이앤엠 (구 엠넷) 작년 가을의 일이다. 10월 중순 즈음 휴가를 나와서 레코드 가게에서 이적 씨의 신보를 사왔다. 씨디플레이어를 가지고 오지 않은 탓에 고이 품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야 음악을 들었다. 시간은 밤 11시경이었고, 방에는 조그만 스탠드 불빛 하나만 남겨둔 상태였다. '아주 오래전 일'에 대하여 떠올렸다. '그대랑' '다툼'을 했던 일과 그대를 그리워하며 '빨래'를 널던 날의 냄새 같은 것을.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리며 '두통'이 일었다. 그대의 '보조개'가 자꾸만 떠오르는 탓이었다. '매듭'을 짓지 못한 이별, '네가 없는' 삶의 공허함, 그대에게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며... '이상해'라고 되뇌었다. 자꾸만 자꾸만 되뇌는 것이다...
지요(jiyo) - 갈림길 하트점수 : ♥♥♥♥ 자정의 핸드메이드 커피는 특별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잠들기 위해서 라벤더 차 정도를 마시고, 눈을 감은 후 대관령의 별밤 속을 뒤척이는 양떼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그런 상식이 존재할지는 잘 모르겠는 것과는 별도로.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오히려 손수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시는 일보다 어수선한 마음을 비우고 떨어지는 물방울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 바로 커피를 내리는 그 순간 잠이 온전히 달아난다. 사랑이 찾아오면 사랑을 하고, 화가 일면 화를 바라보고, 파도가 밀려나면 그 밀려나는 순간을 지킨다. 잠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자연의 하나가 아닐까. 그래서 난 자정의 핸드메이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
토탈 이클립스 (1995)Total Eclipse 8.1감독아그네츠카 홀란드출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데이빗 튤리스, 로만느 보랭제, 도미니끄 블랑, 펠리시 파소티 카바바에정보드라마 | 프랑스, 영국 | 111 분 | 1995-12-02 글쓴이 평점 열매, 꽃 , 잎, 가지들이 여기 있소. 그리고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고동치는 내 마음이 여기 있소. 그대 하얀 두 손으로 찢지는 말아주오 다만 이 순간 그대 아름다운 두 눈에 부드럽게 담아주오. 새벽 바람 얼굴에 맞으며 달려오느라 온몸에 얼어붙은 이슬 방울 채 가시지 않았으니. 그대 발치에 지친 몸 누이고 소중한 휴식의 순간에 잠기도록 허락해주오. 그대의 여린 가슴 위에 둥글리도록 해주오. 지난 번 입 맞춤에 아직도 얼얼한 내 얼굴을. 그리고 이 선한 격정..
사요나라 이츠카 감독 이재한 (2010 / 일본,한국) 출연 나카야마 미호,니시지마 히데토시 상세보기 하트점수 : ♥♥♡ 의 후지이 이츠키, 나카야마 미호는 오랜 시간 내 마음 속에서 첫사랑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 영화를 끝으로 나카야마 미호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무려 12년의 공백을 깬 나카야마 미호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던 영화다. 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이라는 것은 조금 불안했다. 손예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았던 그 영화는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전작인 이나 의 감동에 못 미치는 영화였다. 영화는 지나간 20세기 후반의 일본인의 삶을 비춘다. 항공사의 사장이 되어 수 천대의 비행기를 동시에 날려보는 것이 꿈인 청년 유타카. 조그만 항공사의 ..
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 지음/문학과지성사 첫째는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킬로미터라는 유한한 것이므로, 밤하늘을 눈부시게 밝히려면 무한대의 거리에서 오는 빛이 있어야 한다. 즉, 무한한 과거에 형성된 은하가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밤하늘이 어두운 것은 우리의 시선이 어떤 별의 표면에도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순간 - 별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가 시작된 시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 두번째이자 더욱 결정적인 대답은 허블에 의해 관측되었다. 바로 은하들이 우주의 팽창 때문에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하가 우리의 눈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은하가 뿜어내는 빛은 약해진다. 눈부신 은하가 아무리 많다 해도, 거리가..
김영하의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 - 김영하 지음/아트북스 "나는 하우프트슈트라세를 가로지르는 비둘기 떼를 뚫고 성령교회의 높은 첨탑을 아슬아슬하게 비껴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나는 열두 살의 그 해파리처럼 투명한 육신으로 흐느적거리며 허공을 부유합니다. 나의 눈은 맑고 몸은 유연하며 정신 명징합니다. 이 높은 곳에서 나는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봅니다. 양갱처럼 검은 네카어 강에는 오렌지빛 석양이 깔리고 있습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바로 이런 곳입니다. 나는 어쩐지 다음 생에도 이 도시에 오게 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안녕." - 김영하 (여행자 41쪽) 내가 콘탁스 G1을 처음 만난 것은 이 책을 통해서였다. 한 곳의 여행지, 한 대의 카메라, 그리고 한 편의 이야기라는 기획으..
닥치고 정치 -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푸른숲 1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가카에 대한, 가카를 위한, 가카에 의한 책이다. 거기에 덧붙여 '문재인'이라고 하는 차기 대권의 유력 인물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책이기도 하다. '딴지일보'라고 하는 매체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매체가 아니다. 김어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마초적인 분위기와 언어가 싫다. 그들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담는 형식의 대중성을 지향하고 있는데 우선 나는 그 '형식' 자체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어렵다고 한 조국의 화법이 내게는 더 와닿는다. 조국 교수의 의 자매품, 혹은 대중버전을 표방하는 는 간단한 정치개론에서 시작해 '나는 꼼수다'의 시작을 알리는 인터뷰로 ..
하루키와노르웨이숲을걷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임경선 (뜨인돌출판사, 2007년) 상세보기 하트점수 : ♥♥♥ "세상에는 천재적인 작가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듯하다.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한 권의 소설이 완성되는 사람들. 스무 살 무렵에 작가로 데뷔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타입들로 분명히 '천재'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는커녕 끊임없이 운동해 가며 체력을 쌓은 뒤 자기 안에 있는 우물 속으로 들어가 뭔가를 퍼 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 179쪽 임경선 씨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월간지 '페이퍼'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였다. 어느 호였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유명한 연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