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문학사상사 "최근에는 맛있는 두부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자동차 수출도 좋지만, 맛있는 두부를 없애는 국가 구조는 본질적으로 왜곡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127쪽 - 그러니까 '두부'에 대해서라면 나도 꽤 할 말이 있는 사람이다. 세계 두부 동호회라는 것이 런던에서 - 왜 하필 런던인지는 알 수 없다- 개최되어 두부를 좋아하는 순으로 줄을 세운다면 나는 분명 1237번 안에는 들어갈 것으로 여겨진다. 어릴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게 갖가지 심부름을 시켰는데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역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필요한 '매직스' 를 사러가는 것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두부를 사러 가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달동네에서 시장까지는 걸어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일곱 날들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노래/파스텔뮤직 지금 여행을 떠난다면 가방에 어떤 것들을 챙겨 넣을까. 지금은 한 밤 중 00시 17분. 스물 두 살 즈음의 강릉이 문득 떠올라 그곳으로 가고 싶다. 가방에 챙겨 넣을 것은... 작은 노트와 글쓰기 전용 샤프 한 자루, 카메라 슈나이더. 그리고 기타 한 대. 여유가 있을 것 같으면 맥북 에어도 함께. 봄을 밀고 오는 파도 앞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시나 가사, 혹은 밤새 소설을 쓴다. 아니면 모래사장에 엎드려 에어군으로 '봄날은 간다', '접속',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의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좋겠다. 이왕이면 하룻밤이 아니라 일곱날들이 허락되면 좋겠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은 밴드의 기타리..
공기인형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09 / 일본) 출연 배두나,아라타,이타오 이츠지 상세보기 하트점수 : ♥♥♥ '배두나씨의 출연작이라면 무엇이든 OK라는 주의자'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공기인형'을 보려고 벼르고 있다가 엊그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여전히 배두나씨는 나이스 바디로군"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말초적인 감상을 이어나간다면 조금 지성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꾹꾹 접어두기로 하겠다. 지성인-으흠-의 관점에서 본 영화는 기대를 충족시킨 부분도 있고, 영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어 보통의 만족도를 표현하는 하트 세 개를 주었다. '공기인형'은 일종의 작가주의 영화로서, 감독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를 희생시킨 작품이다. 공기인형이라는 것 자체가 '..
여성주의남자를살리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여성학 > 여성학/페미니즘 지은이 권혁범 (또하나의문화, 2006년) 상세보기 하트 점수: ♥♥♥♥ 신기하게도 대한민국에는 여성주의자라고 선언하는 여성보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남성들이 참 많다. 고려대의 전 총장인 어윤대씨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시더니 학내 교수들의 성희롱 사건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마초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셨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한 90% 이상은 여성주의자와 페미니스트가 같은 용어인지도 모르며, 여성학개론의 여자도 읽어본 적이 없는 부류이리라 추정한다. '남성 페미니스트'가 가능한 존재인가라는 논쟁을 일단 유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국에 진짜 남성 페미니스트의 존재는 정말 희귀하고도 희귀한 존재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Come Rain, Come Shine 5.2감독이윤기출연임수정, 현빈, 김지수, 김중기, 김혜옥정보로맨스/멜로 | 한국 | 105 분 | 2011-03-03 글쓴이 평점 "괜찮아." 라는 말은 때론 다정하고 때론 무심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근원적으로는 긍정적 힘을 지닌 말임에는 틀림없다. 괜찮아를 반복하는 남자와 그 말이 듣기 싫어진 여자가 있다. 하지만 그 여자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말도 결국은 "괜찮아."였다. 나는 "됐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남자였다. 처음에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한 번 두 번 "됐어. 내가 할게. 됐어. 괜찮아. 됐어. 그만 해도 돼."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점점 상대에 대한 무시의 의미..
나의작은새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문학선 지은이 에쿠니 가오리 (문일출판, 1999년) 상세보기 하트 점수: ♥♥♥♡ "진짜로 병이 난 거니?" 이렇게 묻자 녀석은 좀 기분이 상했는지, "그래, 진짜로 병이 난 거야. 진짜라구!"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럼 병원에 가야지." 하고 말하자, 아이고 맙소사 하는 듯히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정말이지 하나도 몰라주는구나."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병이라는 게 뭔지, 넌 하나도 모르고 있어." '아-----, 싫다 싫어' 하는 말투였다. "병이라는 건 말야, 하루 온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거야. 아무 데도 못 나가. 하루종일 누워 있으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약을 먹고, 꼼짝 않고 쉬어야 하는 거라구." 설명을 마치더니 녀석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
중국읽어주는남자 카테고리 역사/문화 > 동양사 > 중국사 > 중국사일반 지은이 박근형 (명진출판사, 2010년) 상세보기 하트 점수 : ♥♥♥ 20세기 후반기에 탄생한 한국인의 대부분 -나를 비롯한- 은 '중국'에 대해 오해하며 자랐다. 중국인은 게으르고 가난하며, 우리보다 조금 뒤쳐진 개발도상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짱깨 혹은 뙤놈이라 지칭하며 자라났고, 그들을 남의 물건이나 복사해서 불법으로 팔고, 얻을 것은 값싼 노동력 밖에 없는 나라로 치부했다. 그러다 21세기 들어 갑자기 G2라는 말이 나돌고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자 당황했다. 사람들은 중국이 '벼락 스타'가 된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중국은 언제나 스타였고, 세계의 중심에 있었다. 오히려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서 살짝 벗..
호란의다카포 카테고리 인문 > 독서/글쓰기 > 독서 > 독서에세이 지은이 호란 (마음산책, 2008년) 상세보기 하트 점수: ♥♥♥ "나는 가끔, 내가 뿔이 보이지 않는 유니콘을 데리고 동물원 장사를 꾸려야 하는 마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아무리 이 유니콘은 진짜 유니콘이고 순수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어도, 남들 눈에 뿔이 보이지 않아서야 사기꾼 아니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되기 딱 좋다. 사기꾼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가짜 뿔을 멋지게 달아줘야 한다. 그러면 내 눈에는 유니콘이 아니라 뿔 두 개 달린 괴물이 보이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다시 또 입장료를 내고 기꺼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완전히 아무 것도 아닌 보통 말을 데려다가 사람들을 속이는 것보다는, 이쪽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