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일이 좋다. 바쁘고 꽉 찬 업무 시간에 밀려 글을 쓸 틈이 없는 탓에 궁여지책으로 생겨난 생활 패턴이지만 1년 즈음 지나고 보니 제법 운치마저 느껴진다. 새벽에 듣는 음악은 어딘가 좀 더 쨍한 소리가 난다. 음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 공간의 소음이 줄어든 탓일까. 새벽에 듣는 음악들은 주로 정해져 있다. 소규아카시아밴드, 이상은, 루시드폴, 카펜터즈, 케렌 앤 등. 아날로그의 소박함과 보컬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음악들이 새벽과 어울린다. 새벽의 독서는 불필요한 잡념을 간소화시켜주고 책을 향해 집중하도록 해준다. 출근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혼탁해지므로 되도록 보다 일찍 일어나 책을 펼치는 것이 좋다. 불빛은 방 안 전체를 밝..
내가 워낙 우울증이 심하다 보니 밤 11시마다 내가 살아 있는지 여부를 문자로 확인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무척 고마웠다. 밤 11시 때 그 문자를 보지 못하고 먼저 잠들더라도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문자를 확인하고 나면 하루종일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내가 조금 마음에 안정을 찾는 듯 보이자 친구는 문자 서비스를 중단했다. 빛과 어둠 두 개의 너무 다른 자아를 갖고 있는 나는 종종 어둠에 빠진다. 빛 속에 있을 땐 아무리 혼자여도 좋지만 어둠 속에 있을 땐 견디기 어렵다. 누구라도 좋으니 다시 11시마다 내 생존을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정말 누구라도 좋은 건 아니다. 2011. 6월.
인공눈물 애용자가 되었다. 고등학생 때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영화 이 개봉했다. 주말에 혼자서 남포동 부산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 영화 속 전도연이 안구건조증이었다. "눈물이 안 나요." 라고 한석규에게 말하는 그녀의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안구건조증이란 것은 그 이후 내게 어떤 낭만적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난 SBS '동물농장'을 보면서도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 오는 인간인지라 안구건조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 눈가가 종종 건조하다. 하루종일 모니터를 보며 일하는 탓이리라. 인간이 컴퓨터를 두들겨 대며 하는 일이란 사실 이 우주 전체를 두고 보자면 하잘 것 없는 일에 불과할 텐데도 사람들은 자기의 건강을 헤쳐가며 그 일에 몰두한다. 사람이 사람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내가 소설을 쓰기 위해선 최소한 두 시간이 필요하다. 어디까지나 '최소한'이란 기준에서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타자를 시작하기까지 이야기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 연재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타이핑을 시작하여 한 회분을 마무리하는 시간은 40분 남짓에 불과하다. 그외 1시간 20분 정도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그 사이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선곡한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지난 회분을 읽고 있으면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첫 문장이 떠오르면 이때다 하고 줄을 당기면 된다. 어떻게 보면 낚시와 유사하다. 이러한 시간 요소를 고려할 때 적어도 내가 새벽에 글을 쓰고 출근하기 위해서는 새벽 4시에 기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나는 지금 매일 새벽 4시에 일..
영혼의시선앙리카르티에-브레송의사진에세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테마에세이 > 포토에세이 지은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열화당, 2006년) 상세보기 하트점수 :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즈음으로 생각한다. 휴대폰을 처음 구입한 게 대학교 2학년 즈음이었으니 그로부터 2년 후에 구입한 것이 되겠다. 혹자는 나를 얼리 어댑터 경향이 있다고도 평하는데 휴대폰을 2001년, 디지털 카메라를 2003년에야 각각 구입했으니 다소 어불성설이다. 내가 처음 구입한 카메라는 한국 중소기업에서 개발하고, 중국의 공장..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한계는 분명하다. 어디에도 사실 맨 얼굴을 드러낼 수가 없다. 선한 사람들에게 위로 받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또 한 편으로 그들은 전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끼리끼리 모이게 마련인 SNS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종종 자기가 발을 딛지 않은 전혀 다른 정반대의 그룹이 한 편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공격을 시작했을 때 자기 자신을 지켜주고 위로해줄 사람은 자기의 손이 닿는 거리만큼의 사람뿐이라는 것 역시 쉽게 망각하고 만다. 아메리카에 있는 트윗 프랜드는 오늘밤 나를 안아줄 수 없다. 부산이나, 인천, 전주도 마찬가지다. 오늘밤 나를 안아주는 이는 없다. 2011. 5. 24. 멀고느린구름
연재가 벌써 종반이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해서 딱 1년 동안 게을러지지 않고 써서 완성하자 싶었다. 그러던 것이 예상보다 빨리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다. 연재가 끝나면 기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매우 허전할 듯하다. 물론, 단행본으로 200페이지 분량을 훌쩍 넘어버린 원고를 본격적으로 퇴고하느라 여전히 바쁘긴 하겠지만... 근 7개월 간을 이중생활 중이다. 한 발은 현실에, 한 발은 소설 속에 담그고 있다. 작품의 퀼리티를 떠나서 우선 포기하지 않고 써내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 지금 바람으로는 1년에 장편 한 편 정도씩은 쓰고 싶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쌓여 있다. 마음 속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구체화되고 물리적인 형태를 갖추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고, 지탱한다. ..
1. 인간, 지구, 그리고 우주 사람의 생이란 저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고, 137억년이라는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아주 잠시 머물다 가는 것에 불과한 순간 동안 인간이 과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가 근원적인 회의를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단란한 가정의 구성원이 되어, 일정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무리 없이 살아나가기를 기대하고, 어떤 사람은 대권에 도전하는 인생을 꿈꾸며, 또 어떤 이는 재계의 거물이 되기를 욕망한다. 각자 이 사회, 또는 국가, 나아가 세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며 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불교의 윤회관에 따르자면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