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공모전에 낼 새로운 소설로 무얼 쓸지 고민 중이다. 내 스마트폰에는 68개의 소설 메모가 있으며, 싸이월드 비공개 게시판에는 72개의 프로젝트가 쓰여 있고, 내 방의 코크보드에는 15개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그들 중 장편소설이 될만한 이야기는 대략 10여개 즈음이다. 문제는 장편소설로 쓸만한 주요 이야기들이 모두 상당한 '학습'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소설을 쓰려면, 유럽의 주요국가들의 지리적 특성과 근현대사를 전공자 수준으로 독파하거나, 1930년대 한국문단의 특성과 당대에 활약했던 문인들의 개인사를 시시콜콜하게 연구해야하거나, 최소 28개국의 론리플래닛(유명한 여행안내서)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도 아니면 동물생태학이나 동물도감따위를 충실히 읽어내려가야 할 것이다. 이 ..
나의 20대 시절, 나는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내가 가진 작은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관계망에 속해 있었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 그랬다. 덕분에 나는 때로 지나치게 오만한 행동들을 하고 자만감에 빠졌다. 연애에 대해서도 글에 대해서도. 내가 지금 속해 있는 곳에서는 누구도 내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지 않고, 내 의견은 전혀 존중 받지 못한다. 글에 대해서도 초보수준의 지적을 받는다. 처음 나는 내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불쾌해 했고, 고통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기간이 끝날 즈음에야.... 인생이 내게 정말 해주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더 사랑 받고자 안달하지 말라. 그 시간에 네가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라. 인정 받으려고 발버둥 치지 말라. 되려 자신이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왼손잡이 여인 - 패터 한트케 지음, 홍경호 옮김/범우사 그녀, 집을 떠나다 나 어느 낯선 대륙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수많은 다른 사람들 가운데서혼자 있는 그대를 만날 수 있으리그대도 수천의 타인들 가운데서 나를 보고우리들 끝내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리라. - 89쪽- 중학생 시절 나에게는 유럽권의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가 있었다. 어머니가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는 온갖 마이너한 유럽 영화들을 가져다 보곤 했었다. 그러던 중 독일에서 만들어진 를 보게 되었고,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페터 한트케'라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극작가를 겸하고 있는 '페터 한트케'는 독일문학의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소설가이다. 주로 리얼리즘에 기반해 사회현실과..
어릴적부터 나는 상당히 고지식한 인간이어서 '커피'는 응당 성인이 되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내게 커피는 술이나 담배와 같은 청소년 유해 음료였던 것이다. 그 흔한 커피믹스도 명절에나 몇 번씩 입에 대어 보고는 했던 것이다. 그런 탓이지 내게 커피는 대학생이 될 무렵까지 무언가 신비로운 음료였다. 대학생이 된 후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야 했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녔다. 이전에 신문배달이나 우유배달 같은 것은 해본 경험이 있었으나 정식으로 가게에서 일해본 적은 없었던 나였다. 몇몇 호프집과 편의점따위가 물망에 올랐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것이 '보헤미안'이었다. 보헤미안... 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이름인가. 문학소년 시절부터 나는 늘 ..
달 -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문학동네 히라노 게이치로의 을 이제서야 완독했다. 그는 내가 아직 고교생이던 시절, 한창 문예지에 소설 등을 투고할 무렵, 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고교 2학년 즈음이었던 거으로 기억한다. 을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사들고 와서 들뜬 마음으로 몇 장을 읽어내려간 후 책장을 덮어버렸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다. 나는 먹먹해진 마음으로 어둠을 머금은 바다를 한 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레벨이 다르다...' 같은 당대의 젊은 문청이라고 여기며, 신인작가의 패기를 주입 받고자 펼쳐든 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때 헤세나 도스토예프스키의 반열이었다. 결국, 나는 을 다 읽지 못하고 책장에 박제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문장을 ..
공책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공효진 (북하우스, 2010년) 상세보기 하트점수 : ♥♥♥ "내가 앞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 것들은 나도 싫은데 누군가에게 떠밀려 한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것이라서 같이 나누고 싶어서 한 이야기다 ... 중략... 이건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과도 같다. 끝없는 즐거움과 기쁨이 보장되는 우리들의 파티에, 우리들의 놀이에 당신도 함께해주면 좋겠다는 초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재미있고 즐겁고 많은 것들이 변화될 거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 -243쪽- 여러 지면을 통해 밝히고 있지만 내 삶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지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연에 가까운 사람이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