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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새벽에 일어나

멀고느린구름 2011. 6. 24. 05:05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일이 좋다. 
바쁘고 꽉 찬 업무 시간에 밀려 글을 쓸 틈이 없는 탓에 궁여지책으로 생겨난 생활 패턴이지만
1년 즈음 지나고 보니 제법 운치마저 느껴진다.

새벽에 듣는 음악은 어딘가 좀 더 쨍한 소리가 난다.
음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
공간의 소음이 줄어든 탓일까.

새벽에 듣는 음악들은 주로 정해져 있다.
소규아카시아밴드, 이상은, 루시드폴, 카펜터즈, 케렌 앤 등.
아날로그의 소박함과 보컬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음악들이
새벽과 어울린다.

새벽의 독서는 불필요한 잡념을 간소화시켜주고 책을 향해 집중하도록 해준다.
출근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혼탁해지므로
되도록 보다 일찍 일어나 책을 펼치는 것이 좋다.
불빛은 방 안 전체를 밝히는 형광등보다
스탠드 등의 보조 조명이 더욱 감성을 맑게 만든다. 
(더군다나 내 방의 식물들에게도 잠잘 시간을 허해야 한다)

새벽의 공기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그러므로 조금 쌀쌀하더라도 창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 좋겠다. 

문명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밤에 길들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휘황찬란한 광공해 속에서 별들은 존재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밤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별과 달, 그리고 밤에 우는 벌레들의 것이다. 
작고 여린 것, 희미하고 옅은 것, 연약하고 외로운 것들이 밤의 주인이다. 
그러나 인간은 밤을 지나치게 소란스럽고 요란하고 번잡한 것으로 오염시키고 있지 않은가. 

해가 지면 잠에 들고 먼동이 트기 시작하면 잠에서 깨는
자연의 리듬에 따르는 생활방식을 사랑하게 되었다. 
새벽의 어스름 속으로 걸어가보라. 
도시에 숨은 새들이 지저귀며 아침을 깨우는 소리를 들어보라.
이다지도 사랑스러운 순간이 이 생에 또 있을런가. 


2011. 6. 24.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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