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반양장)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문학동네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는 2005년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중 한 편이다. 제목만큼이나 위대한 이 작품을 읽는 데 나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처음 이 책을 펼쳐 들었던 것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어느 여름 구립 도서관이였다. 중학생들을 위해 시행하는 방학 독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무언가 위대한 인물의 전기적인 내용이지 않을까 싶어 제목만 보고 꺼내 들었으나, 불과 몇 분만에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 뒤 내가 선택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었다. 나는 방학내내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만 읽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해본다. (현재 나는 잠시 언론관계의 일을 하고 있는데 5개월 후면 끝이 난다. ) 가야할 길은 언제나 명확하지만 그 코스가 문제다. 우선은 거실과 방 두 개가 있는 집을 얻고 싶다. 나만의 단촐한 서재를 갖고픈 것이다. 서재에는 책과 책상, 글을 쓸 수 있는 도구와 씨디플레이어 이 네 가지만 있으면 좋겠다. 아, 한 가지 덧붙여 밖을 내어다 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있으면 더 좋겠다. 그렇게 최대한 단순하게 글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 서재는 최대한 유럽풍의 클래식한 느낌으로 구성을 하겠다. 거실은 소박하고 자연의 느낌을 주고 싶다. 조그만 화분들을 많이 두어 나만의 자그만 정원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만족스럽겠다. 거기서 명상도 하고 몸을 쉴 수 있었으면 한다. 침실은 ..
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문학사상사 "최근에는 맛있는 두부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자동차 수출도 좋지만, 맛있는 두부를 없애는 국가 구조는 본질적으로 왜곡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127쪽 - 그러니까 '두부'에 대해서라면 나도 꽤 할 말이 있는 사람이다. 세계 두부 동호회라는 것이 런던에서 - 왜 하필 런던인지는 알 수 없다- 개최되어 두부를 좋아하는 순으로 줄을 세운다면 나는 분명 1237번 안에는 들어갈 것으로 여겨진다. 어릴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게 갖가지 심부름을 시켰는데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역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필요한 '매직스' 를 사러가는 것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두부를 사러 가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달동네에서 시장까지는 걸어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일곱 날들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노래/파스텔뮤직 지금 여행을 떠난다면 가방에 어떤 것들을 챙겨 넣을까. 지금은 한 밤 중 00시 17분. 스물 두 살 즈음의 강릉이 문득 떠올라 그곳으로 가고 싶다. 가방에 챙겨 넣을 것은... 작은 노트와 글쓰기 전용 샤프 한 자루, 카메라 슈나이더. 그리고 기타 한 대. 여유가 있을 것 같으면 맥북 에어도 함께. 봄을 밀고 오는 파도 앞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시나 가사, 혹은 밤새 소설을 쓴다. 아니면 모래사장에 엎드려 에어군으로 '봄날은 간다', '접속',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의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좋겠다. 이왕이면 하룻밤이 아니라 일곱날들이 허락되면 좋겠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은 밴드의 기타리..
공기인형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09 / 일본) 출연 배두나,아라타,이타오 이츠지 상세보기 하트점수 : ♥♥♥ '배두나씨의 출연작이라면 무엇이든 OK라는 주의자'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공기인형'을 보려고 벼르고 있다가 엊그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여전히 배두나씨는 나이스 바디로군"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말초적인 감상을 이어나간다면 조금 지성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꾹꾹 접어두기로 하겠다. 지성인-으흠-의 관점에서 본 영화는 기대를 충족시킨 부분도 있고, 영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어 보통의 만족도를 표현하는 하트 세 개를 주었다. '공기인형'은 일종의 작가주의 영화로서, 감독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를 희생시킨 작품이다. 공기인형이라는 것 자체가 '..
대학 새내기 시절 악명높은 K대의 음주문화를 접하고 진저리를 치며 대학생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나로 말하자면 1년에 한 두 번 술을 마시는 타입의 인간이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주량은 상당한 편이어서 여지껏 제대로 술에 취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그게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똑같이 마셨는데도 나는 전혀 마신 티가 나질 않는 것이다. 그러니 자꾸 사람들이 술을 권한다. 진심으로 소주 두 잔 정도에 밥상을 뒤엎는 정도의 인간이었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업무상의 일로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군청 직원들도 합세하여 서로 안면을 트자는 취지였는데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거기 있던 사람들 중 누가 군청 ..
장을 보기 위해서 새로 친구가 된 자전거 A군과 굿모닝 마트로 달려가고 있는 길이었다. 느릿느릿 패달을 밝고 있는데 오른편에 강아지 한 마리가 멀리서부터 나를 멀뚱히 바라보더니 내 자전거의 이동 경로를 좇아 고개를 움직여 오는 것이었다. 강아지를 지나쳐서 꽤 멀리까지 왔는데도 해바라기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방향을 돌려 강아지 옆에 갔다. A군을 한 켠에 세워두고 쪼그려 앉았더니 강아지가 와락 달려들며 꼬리를 흔든다.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눈이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 머리며 등이며 쓰다듬어 주었더니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 한다. 낡은 카센터 앞에 묶여져 있는 강아지는 그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었을까. 낡은 카센터는 불이 꺼져 있고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