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부른다 (2013) 8.2감독박은형출연윤진서, 오민석정보드라마 | 한국 | 97 분 | 2013-12-26 글쓴이 평점 그녀가 불러낸 풍경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이후로 타인 앞에서 목놓아 울어 본 적이 딱 한 번 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9년이었는지, 2010년이었는지 정확하지가 않다. 당시 만나던 연인의 집 거실이었고, 어떤 일을 계기로 나는 내 전 생애를 통틀어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을만큼 서럽게 울었다. 내가 운 이유는 하나였다. 나 자신이 너무나 증오스럽고 또 한편 안쓰러워서였다. 당시 만나던 연인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아꼈었다. 내 인생에 더 이상 좋은 사람이 나타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예민한 성격 탓에 자주 그녀를 당혹케 했고, 종종 내 멋대로 행동하고..
검은 사슴 - 한강 지음/문학동네 빛이 새어드는 입구는 어디 대관령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바라다보이는 모든 것들은 하얀 색이었다. 작년 이맘 때쯤 나는 대관령의 양떼목장을 보러 혼자 여행을 떠났다. 가방 속에는 한 권의 소설책이 들어 있었다. 한강의 이었다. 책과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가 극장마다 걸려 있을 때였고, 나는 한창 이상은의 라는 음반에 푹 빠져 지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어기여 디어라'를 들으며 부산의 보수동 책방 골목을 걷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당시 나는 이미 이라는 소설집을 통해 한강 소설가에게 푹빠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책장에 책을 꽂아두었지만 읽지는 못했다. 그해 겨울은 너무 바빴고 해결해야 할 삶의 문제가..
비브르 사 비 Vivre Sa Vie - 윤진서 지음/그책 누군가의 바다를 들여다 보는 일 한 손에 들어오는 너비와 노트처럼 가벼운 무게를 가진 책.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 라는 이국적인 제목과 함께 바다를 향해 열린 조그만 창이 달려 있다. 마치 내게 그 직사각형 만큼의 바다를 선물하는 느낌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즈음이었다. 영풍문고의 책 더미들 속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그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했었다. 저자는 영화배우 윤진서 씨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았다. 책과 참 어울렸다. 한참이나 책을 이리저리 펼쳐보다가 이미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의 목록이 떠올라 제 자리에 두고 서점을 떠나왔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동네 서점인 땡스북스에 들렀다.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인생을 다르게 보기 시작하다 정말 오랜만에 만점을 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마이클 뉴턴의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내 인생을 뒤바꿀 만한 힘을 지닌 책 3위 정도에 랭크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대학교 2학년 시절 수강했던 '환경과 문학' 수업의 강사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어서 항상 읽어보려고 벼르던 책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이 책을 구입해서 서가에 꽂아두었더랬는데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신비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마치 내가 지금 이 책을 읽기에 딱 알맞은 시기에 와 있고, 이 책을 지금 읽기 위해 그 동안 다른 독서체험들을 해왔다는 느낌이다. 나는 그 동안 인간과 세계의 본질, 인생의 의미 같은 것을 개인적으로 열심히 탐구해왔었다. 유교, 도교, 불교, 기독교, ..
달의 바다 - 정한아 지음/문학동네 '꿈'이라는 거짓을 즐기는 법 매력적인 제목,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 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어서 한 번에 내 눈길을 끌었다. 를 쓴 정한아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책이 나오기 이전의 일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일을 할 시기였다. 나는 대산대학생문학상에 원고를 내보려고 지난 수상작들을 살펴보다가 '나를 위해 웃다'라는 단편을 읽고 놀랐었다. 그 작품은 담백함, 참신함, 메시지를 두루 갖춘 수작이었다. 그 단편으로 대산대학생문학상을 수상한 이가 바로 정한아씨였다. 비슷한 또래로 대산대학생문학상을 수상한 것만으로도 질투가 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장편으로 문학동네작가상까지 따버리다니. 나는 속으로 음험한 음모론까지 구상해보기도 하였다. 문장 라..
큐복음서 - 김용옥(도올) 지음/통나무 진정 예수가 꿈꾼 삶을 찾아서 Q80(눅 17:20~21) 예수께서 질문을 받으셨다.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가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사람들이 '여기 있다.' '저기 있다.' 고도 말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오직 너희 안에 있느니라." 도올 선생님께서 2003년 중앙대 논어 강의 도중 말씀하셨던 게 떠오른다.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신약을 제대로 번역하겠노라고. 그 후 몇 년 간이나 나는 선생님이 번역할 성경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러나 책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선생님께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삶에 휩쓸려 예수의 참 뜻을 탐구하겠다는 학문적 열망을 까맣게 잊고 살게 되었..
우리나라에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과 같은 타이틀이 있다면 일본에는 국민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시리즈다. 오늘은 일본의 국민 게임인 시리즈와 그 영원한 라이벌 게임인 시리즈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시리즈는 1986년 1편이 최초로 제작되었다. 게임 역사상 최초로 롤플레잉(RPG)게임이 출현한 것이었다. 출시 당시 150만장이 팔리면서 슈퍼마리오를 능가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로토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이 출시된 날에는 학생들과 일부 직장인들이 조퇴를 하고 게임 매장으로 달려가는 사회적 사건까지 일어났었다. 의 판매량은 380만장으로 롤플레잉 게임으로서는 경이적인 기록이었다. 시리즈는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마왕이 있고, 그 마왕을 전설의 용자인 플레이어가 물리친다는 단순한 이..
한눈팔기 (반양장) - 나쓰메 소세키 지음, 조영석 옮김/문학동네 우리는 근대를 벗어났을까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약 10년이다. 시기로는 1905년에서 1916년 사이다. 1916년 12월 9일에 50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자전적 소설 가 다루고 있는 시기는 약 1904년. 그가 를 막 집필하기 시작할 무렵이다. 에는 격변의 시기를 한 발 멀리 떨어져 지켜보던 근대 지식인이 작가로서 변모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사람의 생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상하다. 1904년의 삶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3년의 삶과 본질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다. 양가에 양자로 입양되었다가 다시 친가로 복귀한 한 유년의 상처를 지닌 겐조. 양부모와 친부모 양쪽으로부터 모두 외면 당한 셈이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