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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햇살이 내게 묻는다

멀고느린구름 2014. 4. 21. 16:19

햇살이 내게 묻는다 



햇살이 내게 묻는다 

푸른 잎새의 손가락을 간질고 지나는 바람이 

가만한 손길로 꽃을 깨우는 봄이 

내게 묻는다 


바삐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노인의 손수레에 버려진 상자들이 

까페 안을 서성이는 노래의 음자리들이 

내게 묻는다 


4월의 바다가 얼마나 찰지 

숨 멎은 친구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어떨지 

믿었던 세상의 먼저 돌아선 등을 보아버린 기분을 

나는 모른다 


햇살이 내게, 

부끄러워 눈을 감았던 내게 소리친다 

너는 이 세상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느냐고. 




2014. 4. 21.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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