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저자레베카 솔닛, 리베카 솔닛 지음출판사창비 | 2015-05-15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화제의 단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의 시작점 설명하고 가...글쓴이 평점 그럼에도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이 나아간다 1. 남성은 여성의 말이 불편하다 다행히도 내 남자사람 친구들은 '불편한 말'을 귀담아 들어준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난 우리들도 이제는 서른 중반이 되어 사실 자기 자신이 생각해온 방식을 바꾸기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남성 친구들은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그 생각이 옳다고 판단된다면 언제든 자신의 생각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한편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연성과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는 그 친구들을 나는 무척 존경하..
전람회 2집과 1997년의 골든에이지 우주형사 위제트를 닮았던 친구가 눈을 지그시 감고 황홀경에 빠져 있다. 그는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있고, 때는 초여름이다. 간간이 매미 소리가 들려 왔고, 다대고등학교 1학년 교실의 창 저편으로 펼쳐진 바다는 모종의 꿈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나는 햇발이 흔들리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무엇이 그를 저 너머의 세계로 데려가고 있을까 궁금해했다. 이윽고 그는 눈을 떴다. 나를 바라본다. 자신을 관찰하고 있던 나를 알아채고, 귀에 걸었던 이어폰을 빼서 나에게 건네며 말한다. "들어볼래? 쥑인다." 나는 장미기사단의 가입 원서를 받아드는 것처럼 이어폰을 건네받아 귀에 건다. 위제트는 자신만만하게 리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널... 만나기 위해 길을 걸었지... 아무도 모..
추억의 마니 (2015)When Marnie Was There 8감독요네바야시 히로마사출연타카츠키 사라, 아리무라 카스미, 마츠시마 나나코, 쿠로키 히토미, 테라지마 스스무정보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 일본 | 103 분 | 2015-03-19 글쓴이 평점 떠올리리라 언젠가를 언젠가는 폭풍의 영향권에 접어 들었습니다. 여름 장마철이 지나면 뉴스에서 이런 일기예보를 듣게 된다. 만약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나는 아직 '마니의 영향권' 속에 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극장용 만화영화 이야기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바람이 아직 차가울 때 보았던 마니의 금발과 스러질 듯 반짝이는 별빛 같던 왈츠 음악이 떠오른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재능이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에게 계승되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꼭 그렇게 ..
데미안저자헤르만 헤세 지음출판사민음사 | 2009-01-2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데미안을 통해 참다운 어른이 되어 가는 소년 싱클레어의 이야기....글쓴이 평점 나의 데미안 며칠 전부터 붙잡고 있던 데미안을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문학적 감명. 지금의 문학에서는 사라져버린 인간과 세계에 대한 열정이 헤세의 작품 속에는 아직 살아 있었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처럼 나 역시 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을 찾아 헤매었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나는 데미안과 같은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헤밀이었다. 지금은 비록 연락이 잘 안 되고 있지만, 아직 남은 긴 인생의 기간 중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인생을 크게 변화시킨 것이 헤밀이었다고 늘 생각해 왔다..
젊은 날의 초상저자이문열 지음출판사민음사 | 2005-11-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오늘의 작가총서 12 「젊은 날의 초상」. 오늘의 작가총서 시리...글쓴이 평점 청춘의 쓸모 청춘은 도무지 쓸모가 없다. 국어사전 검색창에 '쓸모'라고 입력하면 '쓸 만한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문'이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청춘은 아직 그 사람의 가치가 온전히 정해지지 않은 시기이기에 쓸모가 없다. 특히 오늘날의 청춘은 쓰이게 될 분야나 부문이 뚜렷하지 않거나 있으나 마나한 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쓸모가 없다. 이래저래 청춘은 참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청춘의 쓸모가 분명하던 시절도 있었다. 가령,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 운동을 전개하거나,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의 투사가 되었어야 할 시절, 노동 탄압에 항거하여 정부를 향..
와니와 준하 (2001)Wanee & Junha 9.3감독김용균출연주진모, 김희선, 조승우, 최강희, 김준호정보로맨스/멜로 | 한국 | 114 분 | 2001-11-23 글쓴이 평점 와니와 우리들의 시간 처음 를, 조그만 자취방에서 10인치의 노트북 모니터로 보던 때가 언제였지? 하고 문득 떠올려본다. 비가 오던 날이었다. 가뜩이나 빛이 잘 들지 않는 방은 더욱 캄캄했다. 눅눅한 습기가 방 안에 자욱했고, 나는 외로웠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에서처럼 동거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부러워했었다. 그때 아마 나는 짝사랑에 빠져 있거나,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상태였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우산을 쓰고 영화 속의 공간과 닮아 있는 제기동 골목길을 하염없이 걸었던 것 같다. 빗..
사물들저자조르주 페렉 지음출판사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03-0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탁월한 언어 미학과 혁신적인 소설 기법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글쓴이 평점 나의 21세기* 이 글은 의 표현 방식을 흉내내서 써본 저의 대학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 자신들이 부자일 줄 안다고 믿었다. 그들은 부유한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바라보고, 웃을 줄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요령과 그에 필요한 신중함도 가졌을 것이다. 자신의 부를 잊고 과시하지 않을 줄도 알았을 것이다. 으스대지도 않았을 것이다. 풍요로움을 호흡했을 것이다. 그들의 즐거움은 강렬했을 것이다. 걷기를 좋아하고, 빈둥거리고, 고르며 음미하기를 즐겼을 것이다. 삶을 누렸을 것이다. 삶은 하나의 예술이었을 것이다. 반대..
저녁이 깊다저자이혜경 지음출판사문학과지성사 | 2014-09-12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평범한 삶의 위대함을 각별하게 보듬다’ 다감하고도 정밀한 시선...글쓴이 평점 삶에도 저녁이 있다면 어떤 신문 지면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 정치인들이 내세운 구호 중 가장 아름다운 구호로 선정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혜경 소설가의 『저녁이 깊다』를 읽고 다른 각도로 생각해봤다. 삶에 저녁이 있다면. 삶에 새벽이 있다면 그것은 유년기일 것이다. 아침은 청소년기이고, 정오는 20대, 오후 2시에서 4시 즈음은 30대 퇴근이 기다려지는 5시에서 6시는 40대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리고 7시에서 8시에 해당하는 저녁은 50대 즈음이지 않을까. 『저녁이 깊다』는 1960년대에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함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