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듣는 클래식 음악 중 가장 사랑하는 것은 드뷔시다. 요즘은 연재하는 소설 '예스터데이' 덕분에 더욱 자주 틀어놓고는 한다. 소설 속에도 드뷔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드뷔시의 곡을 처음 들었던 것은 스물 한 살 무렵이었다. 한 커피하우스의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가게의 문을 열자마자 들려온 곡이 드뷔시의 '아라베스크'였다. 그 곡은 그곳의 공간과 환상적이라고 할만큼 어울렸고 지금도 그 순간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오를만큼 아름다운 곡이었다. '아라베스크'가 그의 젊은 날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에서는 원숙기에 도달한 그의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은 1905년에, 은 1907년 각각 작곡되었다. 동양의 불교적 음악과 인도의 명상 ..
이런저런 사정으로.
최근 행복전도사라 불리던 최윤희씨의 자살로 설왕설래가 많은 것 같다. 먼저 돌아가신 최윤희씨 부부의 명복을 빈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최윤희씨에 대한 글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가 한 번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수한 의견 중에 하나의 생각을 더한다. 사람들은 최윤희씨의 죽음에 슬퍼하고 한 편으로 분노하며 실망하고 있다. 왜? 그녀가 행복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지 않아서다. 물론, 여기서 행복한 결말이란 최윤희씨의 삶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결말이다. 사람이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일에 실망한다. 때로는 분노한다. 그것은 자연스런 일이며 최윤희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이 자연에서 그리..
나의 아늑한 집필 공간 : ) 공짜로 앤틱한 느낌의 원목 책상을 얻어 정말 좋다. 처음 중학교 적에 글을 쓸 때부터 늘 샤프로 써와서 그런지 난 필기구 중에 샤프가 가장 좋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초고는 샤프를 이용해 노트에 쓴다. 다시 컴으로 옮기고 하는 작업이 번거롭긴 하지만 어쩐지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 첫 글은 손으로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장편마저 손글로 초고를 쓰는 것은 꽤 벅찬 일이라 예외로 하고 있다. 언젠가는 조정래 선생님처럼 장편도 손글로 도전해보고 싶다. 내게 글을 쓸 때 꼭 필요한 것은 좋은 음악과 좋은 커피다. 좋은 음악은 중학교적부터의 습관이고, 좋은 커피는 대학교 초년생 때 바리스타로 일하고 나서부터의 습관이다. 요 몇 달간 내가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한..
우리가 세계지도를 샀을 때 인간의 뇌에는 변연계라고 하는 것이 있다. 원시뇌인 파충류의 뇌가 짝짓기, 먹기, 잠자기 등 본능을 담당한다면 변연계는 인간의 직관과 감정을 관장한다. 이 변연계는 인간의 몸에서 세계로 뻗어나가 있는 투명한 안테나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은 1초에도 빛의 속도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다닌다. 수억 명의 감정과 생각을 우리는 변연계라는 안테나로 늘 수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모르는 순간에도. 내가 세계지도를 샀을 때 그녀 역시 세계지도를 산 일을 무어라 불러야 좋을까. 쉽게 말하자면 운명, 인연, 기적 따위의 두 음절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겠다. 조금 복잡하게 사건을 이해하자면 그 순간 나의 변연계와 그녀의 변연계가 ‘세계지도를 방에 걸어야겠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