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는 작가에게 필요한 것으로 '자기만의 방'을 꼽았다. 머지 않아 떠날 나의 방. 2년 남짓의 시간을 담은 철원의 이 방을 사진으로 남겨둔다. 창가에 마련한 나만의 화단 어쩌다가 공짜로 얻은 책장 일체형 원목 책상. 이곳이 나만의 간이 집필실. 벽에는 글쓰기의 경건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황순원 선생님의 사진을 붙여두었다. 오른편에는 소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써서 붙여두는 코크보드. 의자는 그 유명한 우리들체어(상당한 비용을 지불함)다. 왼편 고양이 컵 받침 위로 보이는 스탠드는 '시크릿 가든'에 나와 유명해진 LED스탠드. 노트북은 맥북 에어 1세대. 주방 인테리어는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 꼬질꼬질한 벽지도 그대로. 찬장은 촌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도 선반에는 나름 힘을 썼다. ..
지난 월요일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미샤 마이스키 가족 연주회에 참석한 것이 3월경이었으니 5개월만이다. 청명한 하늘과 거리를 투명하게 만드는 눈부신 햇살이 기막힌 날이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붐볐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목적으로 예술의 전당을 찾은 이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시원한 스포츠 음료 '힘에이드'를 한 캔 들이키고 표를 구입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들의 모습, 친구들과 함께 온 여성들, 깔끔한 원피스로 차려 입고 혼자 전시회를 찾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언제나 이런 전시회나 문화공연을 다녀보면 한국 남자들의 모습은 보기 드물다. 인터넷상에서만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에 대해 떠들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다니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일이다. 자신..
인테리어 삼매경에 빠졌다. 한 달 사이에 인테리어 관련 서적만 5권을 읽었다. 틈만 나면 웹서핑으로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즐겨찾기를 해놓은 사이트나 블로그만도 여럿이다. 여러 책과 경험자들이 이야기하는 셀프 인테리어에는 일종의 법칙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1. 벽을 꾸미는 방법은 벽지보다는 페인팅이 좋다. 2. 가구는 시트지를 활용해 새롭게 바꿔라. 3. 장판에 가장 많은 돈을 들여라. 4. 소파나 침대는 비싼 돈을 투자해 사지 말고, 공방을 이용해 담백하게 틀을 짜고, 쿠션과 침구류를 통해 담백한 미를 살릴 것. 5. 창틀과 문틀을 교체하라. 6. 수납장은 가급적 있는 듯 없는 듯하게 조성해라. 이상 여섯가지가 내가 찾아낸 셀프 인테리어의 핵심 비법이 되겠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내 방..
초등학교를 6번이나 옮겨 다녔다는 얘기를 자주하곤 한다. 나로서도 제법 재미 있는 과거사여서 흥미롭게 얘기를 하곤 하는데, 실제 그 당시에는 전혀 재미난 일이 아니었다. 잦은 이사와 전학 덕분에 나는 전혀 친구를 사귈 수 없었고, 늘 혼자였다. 그래서 노는 것도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의 나는 주로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다락방에서 혼자 라디오 방송을 듣는 걸 즐겼다. 그리고 또 하나 즐거워한 것이 점토인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교 수업 중에 미술시간을 무척 좋아했는데 수업 편성은 1주일에 1시간이 고작이어서 나는 방과 후 좁은 다락방에서 나만의 미술시간을 편성해 놀곤 했던 것이다. 나만의 캐릭터로 만화를 그리고는 그 캐릭터를 점토인형으로 만들어서 놀았는데... 그 최초의 시기가 중 1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