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압둘 아자르와의 단독 인터뷰 1 압둘 아자르는 유유히 모세의 기적이 재연된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대로는 놓치고 만다. 나는 촬영보조 장 군에게 극비 지령을 내렸다. 가뜩이나 비정규직인 친구에게 그런 지령을 내려도 되는가 하는 윤리적 고민이 선행되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계산적인 인간이었다. 장 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신호를 보냈다. 장 군은 홍해의 한 가운데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첨벙. “압둘 아자르 씨!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라는 대사를 완벽하게 외치며 장 군은 압둘 아자르 앞에 멋지게 슬라이딩을 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져서 누구도 압둘 아자르 앞에 드러누워버린 인물의 정확한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황한 보디가드들이 장 군의 사지를 붙들었다. 압둘 아자르를 태울 차..
3. 오직 벗고 또 벗을 뿐. 예상은 했지만 압둘 아자르를 섭외하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의 한국지부장을 만나는 일은 커녕 통화하는 일조차 힘들었다. 교환원을 통해 대외홍보부서로 연결한 후, 대외홍보부서의 실무자를 거치고, 홍보부장을 지나, 비서실에 도달해, 비서3에 의해 비서실장과 겨우 연락이 닿으면, “죄송합니다. 지부장님은 오늘 출타 중이어서 통화가 어렵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제기럴. 통화 약속을 잡으려고 하면 213번째로 대기 시켜주겠다는 대답따위를 겨우 들을 뿐이었다. 무언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간간히 압둘 아자르의 대표저서인 , , , 따위를 탐독하며 새로운 방법을 궁리했다. 실마리를 제공해준 것은 역시 와이티엔 뉴스였다. 항상 가던 도서관 휴게실에 앉아 중,..
2. 양말 공장 노동자 대표 고 씨 500평 남짓의 양말 공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플래카드에도 예의 그 문구가 써있었다. ‘압둘 아자르를 고소합니다. 그놈 때문에 공장 망했습니다. 전 품목 90% 세일!’ 커다란 철문은 활짝 열린채로 양쪽 기둥에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수위실에 수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를 몰고 공장 안까지 들어가 반듯하게 그어진 주차선 안에 차를 대고 내렸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사장실이 있을만한 건물을 찾는데 80미터 부근에 푸른 천막이 보였다. 기다란 테이블이 늘어서 있고, 작업복으로 여겨지는 복장을 입은 몇몇 사람이 서서 무언가를 분주히 정리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한 사람이 내 쪽을 알아채고 하던 일을 멈추고 황급히 달려나왔다. “아이구 오셨습니까. 오 기자님!” ..
1. 압둘 아자르를 고소합니다 인간의 해방은 어디에서 오는가. 종교인가. 혁명인가. 쾌락인가. 그도 아니면 노동인가. 나는 이른 바 ‘양말 벗기 무브먼트'를 전세계적으로 확산 시키고 있는 압둘 아자르와 그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한 노동자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로 인해 인생이 파탄 지경에 이른 노동자 고 씨(실명 밝히기를 거부함)의 사연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였다. 대구의 평균 온도가 34도에 이른다는 기상 보도가 나왔던 지난 여름이었다. 형편 없는 풍력을 자랑하는 1000원짜리 문구점 부채를 부치며 도서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길가의 전봇대에 지저분하게 붙은 벽보의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압둘 아자르를 고소합니다. 그놈 때문에 공장 망했습..
작년 9월 29일부터 시작되어 약 9개월 가량 연재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교시절에 썼다가 잃어버린 장편소설 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장편소설로는 첫 번째가 되겠네요. 뭐랄까 소설을 쓰며 마음에 맺혀 있던 개인적인 응어리를 조금은 풀 수 있었고 홀가분해졌습니다. 함께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원동력을 제공해준 세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먼저, 정식으로 연애소설을 한 편 써보라고 권유해 주어서 이 소설을 쓰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두헌군, 그리고 첫 회 연재에 첫 댓글을 달아서 격려해준 민철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네의 첫 댓글이 가장 큰 격려가 되었다네^^) 마지막으로 항상 제 글에 따뜻하게 관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