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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한민국,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못하는 시위
시위(demonstration)는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운동'이다. 무엇을 보여주는가 하면 '정치적 메시지'이고, 누구에게 보여주는가 하면 '대중에게'다. 군중들이 모여 한 자리에서 와- 하고 끝내는 건 집회-모임인 것이다. 따라서 시위 허가가 났다면 응당 거리의 불특정 다수가 시위대의 정치적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가두 행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경찰 차벽은 근원적으로 이 '보여주기'라는 시위의 근본 취지를 봉쇄하고 있다. 이는 반민주적 행위이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의 유권해석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필요할 시 차벽을 세우되 시위대 및 시민의 통행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위에서 경찰은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요 도로와 길목을 차벽으로 차단하고 시위대를 고립시켰다.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일부 시위대가 이 행위에 분노하여 하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행위들을 했다. 메이저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쇠파이프 폭력 행위다. 행진을 위한 통행로를 확보하려는 노력에 개개인의 분노가 더해져 나온 장면일 것이다. 경찰 추산으로 6만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 중 쇠파이프를 든 사람은 방송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그 열댓 분이 전부다. 나머지 5만 9천 9백 9십 명의 시민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일부 어른들은 sns에 동일한 영상과 사진을 서로 전달하며 이 시위의 성격을 '폭동'으로 규정하는데 열을 올린다.
'폴리스라인' 운운하는데 폴리스 라인을 왜 집회장 주위에 쳐서 시위대를 '감금'하는가? 폴리스라인은 청와대에다 쳐라.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적인 미국의 시위 사진을 보시라. 시민들이 어디서 시위하는가? 백악관 앞이다. 나는 15년간 여러 시위에 개인으로 자발적 참여를 해왔지만 단, 한 번도 청와대 앞에 가보지 못했다. 광화문 앞 이상으로 나아가 본 일도 없다. 세상에 이처럼 허망하고 무력한 시위대가 또 있을까.
정말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한다!
특히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운운하면서 '집회 결사의 자유'라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조롱하고 폄하하는 분들.
그럼에도 언젠가는 당신들이 조롱한 그 시위의 권리가 여러분을 살릴 것이다. 여러분도 언젠가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하라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며 주장할 수 있는 그 발언의 자유는 거리의 시민들이 쟁취한 것이다. 4.19의, 광주의, 6월 항쟁의 거리가 선물한 것이다.
그러니 부디, 말하려는 이의 입을 막지는 말라. 손에 든 피켓을 가리지는 말라. 위정자의 편에 서서 우리를 폭도라고 부르지는 말라.
나는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들의 삶도 고단하다는 것을. 그 고단함을 벗어나려는 방법이 나와 다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짓눌리며 살아간다. 그렇게 억눌린 사람들끼리 서로를 적이라고 조롱하는 광경은 참 슬프고 비참하지 않은가.
* 시위대가 알리고자 했던 것은 아래와 같다.
2015. 11. 15.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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