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루 10분 이상의 명상을 하겠다는 다짐을 오늘에야 실천에 옮겼으니 나도 참 게으른 인간이다. 아침에 하는 명상은 수면을 통해 육체적으로 초기화된 몸을 마음 차원에까지 초기화하는 일이다. 매일매일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하고 배설해야 하듯이 우리의 마음, 우리의 생각, 욕망들도 소화하고 배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명상은 비물질적인 몸의 찌꺼기를 비워내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주로 하는 명상법은 가장 기초적인 '호흡 명상'이다. 머릿속에 잡념이 떠오르면 그것을 끊어내고 계속 내가 들이마시는 숨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명상 수련법에는 위빠사나, 화두선, 요가, 뇌호흡 등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호흡 명상'이야말로 그 모든 명상의 가장 기초다. 인간이 생각해낸 가장 원시적인 명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만큼 정..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동안 이사 준비 등으로 집안이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라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이사를 마치고 어느 정도 집필실이 정돈된 상황이기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10대와 20대의 인생이 지났습니다. 30대가 된지는 이미 1년이 지났지만, 저는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30대의 인생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인생 3.0의 시절이 도래했습니다. 어제인 11월 1일은 저에게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자연인으로서 3년 4개월만에 맞이하는 첫 날이었거든요. 이제서야 밝히지만 2008년 6월부터 지난 2011년 10월 31일까지 3년 4개월의 기나긴 기간을 군에서 복무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서야 전역을 명받고 자연인의 신분으로 돌아왔습니다. '군인복무규율'에 ..
마음이 텅 비어버린 상태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다. 무언가 답답하고 쓸쓸하기도 하며 화가 나기도 한다. 이른 바 '가을병'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도 남자라고 가을만 되면 유난하게 떨어지는 낙엽을 타고 이러저리 휘휘거리는 나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을 정리하고자 앞으로 뭐하고 살까를 걱정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커피를 참 맛없게 내린 것에 대해 실망스런 마음부터 가득하니 뭘 써야할지 막막. 공모전에 내보려고 야심차게 유머 소설도 시작했는데 도무지 마음으로부터 유머가 샘솟지 않는다. 4년 전에 우주로 보내는 나만의 소망 명세서를 썼다. 내역은 아래와 같다. 1. 나는 지구 평화에 일조한다. 2. 나는 되살아난 새만금 갯벌 위를 걷는다. 3. 나는 음악클럽에서 노래를 한다. 4. 나는 프랑스어 원서를 읽는다...
철원으로 강제 이주를 당해 지낸지 어언 3년하고도 3개월이다. 이곳에서 살면서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저 죽고만 싶다고 생각한 날들이 많았다. 행복하고 따뜻했던 날보다 외롭고 쓸쓸하고 추웠던 날들이 훨씬 많았다. 다음 달이면 드디어 철원을 떠나 3년 3개월 전에 살던 파주로 돌아간다. 새 집을 오늘 계약했다. 계약을 끝내고 산책 삼아 동네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3년 3개월 전의 6월이었다. 행복한학교의 동료 교사들이 송별회를 열어주었다. 학교가 있는 문산에서 멀리 떨어진 유명한 샤브샤브집에 가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다음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었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바로 그때의 그 샤브샤브 집을 발견한 것이다. 그때 그곳이 이곳이었는..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지금 내가 반복해 듣고 있는 건 산울림의 '찻잔'이다. 9월이 되고 얼마간의 열대야를 끝으로 여름은 끝이 난 것 같다. 하늘의 높이로만 보면 오롯한 가을이다. 손대면 시릴 정도로 차가울 것만 같은 파란색의 하늘이다. 여름 내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열병을 앓았다. 오래된 열망이 다시 한 번 마음 속에서 사그라들다만 불씨를 일으켰다. 그것은 나를 고양 시켰고, 지금까지의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되도록 이끌었다. 내 속의 모든 긍정성을 불러냈고 모든 친절함과 누구에게도 온전히 보내준 적 없던 사랑도 꺼냈다... * 얼마 전에 직장 동료들에게 내가 직접 내린 원두 커피를 대접했다. 도구를 모두 직장까지 가져가서 현장에서 바로 내려준 것이다. 커피..
장편 공모전에 낼 새로운 소설로 무얼 쓸지 고민 중이다. 내 스마트폰에는 68개의 소설 메모가 있으며, 싸이월드 비공개 게시판에는 72개의 프로젝트가 쓰여 있고, 내 방의 코크보드에는 15개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그들 중 장편소설이 될만한 이야기는 대략 10여개 즈음이다. 문제는 장편소설로 쓸만한 주요 이야기들이 모두 상당한 '학습'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소설을 쓰려면, 유럽의 주요국가들의 지리적 특성과 근현대사를 전공자 수준으로 독파하거나, 1930년대 한국문단의 특성과 당대에 활약했던 문인들의 개인사를 시시콜콜하게 연구해야하거나, 최소 28개국의 론리플래닛(유명한 여행안내서)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도 아니면 동물생태학이나 동물도감따위를 충실히 읽어내려가야 할 것이다. 이 ..
나의 20대 시절, 나는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내가 가진 작은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관계망에 속해 있었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 그랬다. 덕분에 나는 때로 지나치게 오만한 행동들을 하고 자만감에 빠졌다. 연애에 대해서도 글에 대해서도. 내가 지금 속해 있는 곳에서는 누구도 내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지 않고, 내 의견은 전혀 존중 받지 못한다. 글에 대해서도 초보수준의 지적을 받는다. 처음 나는 내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불쾌해 했고, 고통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기간이 끝날 즈음에야.... 인생이 내게 정말 해주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더 사랑 받고자 안달하지 말라. 그 시간에 네가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라. 인정 받으려고 발버둥 치지 말라. 되려 자신이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