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가 벌써 종반이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해서 딱 1년 동안 게을러지지 않고 써서 완성하자 싶었다. 그러던 것이 예상보다 빨리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다. 연재가 끝나면 기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매우 허전할 듯하다. 물론, 단행본으로 200페이지 분량을 훌쩍 넘어버린 원고를 본격적으로 퇴고하느라 여전히 바쁘긴 하겠지만... 근 7개월 간을 이중생활 중이다. 한 발은 현실에, 한 발은 소설 속에 담그고 있다. 작품의 퀼리티를 떠나서 우선 포기하지 않고 써내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 지금 바람으로는 1년에 장편 한 편 정도씩은 쓰고 싶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쌓여 있다. 마음 속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구체화되고 물리적인 형태를 갖추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고, 지탱한다. ..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해본다. (현재 나는 잠시 언론관계의 일을 하고 있는데 5개월 후면 끝이 난다. ) 가야할 길은 언제나 명확하지만 그 코스가 문제다. 우선은 거실과 방 두 개가 있는 집을 얻고 싶다. 나만의 단촐한 서재를 갖고픈 것이다. 서재에는 책과 책상, 글을 쓸 수 있는 도구와 씨디플레이어 이 네 가지만 있으면 좋겠다. 아, 한 가지 덧붙여 밖을 내어다 볼 수 있는 커다란 창이 있으면 더 좋겠다. 그렇게 최대한 단순하게 글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 서재는 최대한 유럽풍의 클래식한 느낌으로 구성을 하겠다. 거실은 소박하고 자연의 느낌을 주고 싶다. 조그만 화분들을 많이 두어 나만의 자그만 정원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만족스럽겠다. 거기서 명상도 하고 몸을 쉴 수 있었으면 한다. 침실은 ..
대학 새내기 시절 악명높은 K대의 음주문화를 접하고 진저리를 치며 대학생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나로 말하자면 1년에 한 두 번 술을 마시는 타입의 인간이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으로 인해 주량은 상당한 편이어서 여지껏 제대로 술에 취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그게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똑같이 마셨는데도 나는 전혀 마신 티가 나질 않는 것이다. 그러니 자꾸 사람들이 술을 권한다. 진심으로 소주 두 잔 정도에 밥상을 뒤엎는 정도의 인간이었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제는 업무상의 일로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군청 직원들도 합세하여 서로 안면을 트자는 취지였는데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거기 있던 사람들 중 누가 군청 ..
장을 보기 위해서 새로 친구가 된 자전거 A군과 굿모닝 마트로 달려가고 있는 길이었다. 느릿느릿 패달을 밝고 있는데 오른편에 강아지 한 마리가 멀리서부터 나를 멀뚱히 바라보더니 내 자전거의 이동 경로를 좇아 고개를 움직여 오는 것이었다. 강아지를 지나쳐서 꽤 멀리까지 왔는데도 해바라기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방향을 돌려 강아지 옆에 갔다. A군을 한 켠에 세워두고 쪼그려 앉았더니 강아지가 와락 달려들며 꼬리를 흔든다.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눈이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어 머리며 등이며 쓰다듬어 주었더니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 한다. 낡은 카센터 앞에 묶여져 있는 강아지는 그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었을까. 낡은 카센터는 불이 꺼져 있고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트위터에 써도 되겠지만 굳이 여기다 쓰는 것은 괜히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나는 가수다를 문제 삼는 사람들 자체에 탐탁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다. 김건모의 탈락과 재도전 과정을 가지고 사회 정의 어쩌구 공정한 사회 어쩌구 제작자와 시청자 간의 소통 어쩌구 약속 어쩌구 하는 말들이 참 불편하다. 불편하고 또 다시 불편하다. 사회 정의든, 공정한 사회든 연예프로그램에 대입해 진지하게 언성 높일 말들은 아니다. 그런 건 선거를 통해 혹은 사회 운동을 통해 진지하게 표출해주길 바란다. 또한 기본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중들이 예술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프로그램 제작자와 시청자간의 '인간적인 소통'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노래하는 사람의 '인간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무감각할..
새벽의 글쓰기는 외롭고 쓸쓸하다. 등단하지 못한 작가의 글쓰기는 더욱 외롭고 쓸쓸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직 잠들어 있는 이 시간에 나는 누구를 향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나의 글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로 읽혀질까.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글을 읽어준다면 그걸로 족하다 라는... 거짓말은 사람을 공허하게 한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좋겠고 그리하여 이 고독한 작업이 조금쯤은 의미가 있는 일이었으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흔들림을 주는 일이었으면 싶다. 하루키는 매일 아침 일어나 4시간 정도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윤리로 삼고 김연수는 매일 원고지 15매를 채우는 것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나는 '매일 단 몇 줄이라도 우선 쓰자' 라는 것조차 꼬박꼬박 잘 지키지 못한다. 주어진 여건은 누구나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