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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안녕, 내일의 나

멀고느린구름 2020. 4. 13. 01:14

주어진 조건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늘 무언가 손에 잡힐 듯하다가 곧 사라지고,

이제는 좀 쉬어도 될까 하는 순간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친다.

내 인생은 지나치게 나를 조롱하는 듯하다.

 

머릿 속이 복잡해지다보니 편두통의 빈도도 늘었다. 

한 달에 한 차례 정도이던 것이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씩은 찾아오는 것 같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글 쓰는 일은 할 수가 없다.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나날이 반복되니

몸도 마음도 약해진다. 

스스로 내 인생에 좀 많이 지친 것 같다.

 

다시 힘을 내봐야지 하는 동기요인은 점점 흐려지고

많은 일들이 무의미함 쪽으로 기울어간다. 

이 기분에 젖어들면 젖어들수록 나는 점점 더 초라해져 가겠지.

 

어디에도 기댈 곳 없었던 지난 1년.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러버렸을까.

조금씩 회복하고 다시 단단해져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점점 더 지치고, 무너져가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시간의 무의미함을 견디기가 참 쓸쓸하고 어렵다.

 

나약해지고 싶지 않다. 

이대로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아마도 나는 또 일어서겠지. 

가야할 곳으로 가려고 또 길을 나서겠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나를 기다리며 쓴다.

다락방에서 엘피판 리히터의 연주를 들으며.

 

 

2020. 4. 13.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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