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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언젠가 그대를 만나면

멀고느린구름 2011. 1. 1. 02:30
언젠가 그대를 만나면

장명진 



억수 같은 비가 퍼붓고
바람이 우수수 이는 날이라도 좋겠다
언젠가 그대를 만나면
병든 로즈마리와 병아리눈물을
파스텔그린빛의 새 화분에
분갈이 해주고
그대를 향해 난 창가에 놓아두겠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대와 내가 살
작고 충분한 집을 짓겠다
여름 내 뭉게구름 한 조각 내려와
묵을 수 있을 정도의 집이면 좋겠고
평보다 품이 넓은 집이면 더 좋겠다
무엇보다 그대가 웃고 있으면 됐다
저녁이면 먼저 집에 들어 밥을 짓고
고달픈 어깨를 위로할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르게 살기보다 아름답게 살고프다고
그대의 무릎에 기대
어린 고백하고 싶다
그대와 꼭 끌어안고 잠들 때도
커튼을 열고 숲과 하늘과 바람에게
우리네 온기를 자랑하겠다
사랑할만한 것을 사랑하는 건
죄가 아니라고 선언하겠다
모든 비판과 비난 앞에서 그대의 손을 잡겠다
언젠가 그대를 만나면...

그러니 그대
비가 오고 바람 분다고 울지 마라
언젠가
그대의 손을 꼭 붙잡겠다.




* 2010년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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