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장명진
주전자씨
왜 그리움을 끓이면 한숨만 나요
라벤더 한 잎 추억에 휘휘 저어
열뜬 물 위에 띄우면 마스카라 번지듯
못다 핀 꽃이 소르르 풀리고
수심 재러간 오롯한 라벤더 한 잎
귀퉁이에 숨어 모락모락 편지를 피워요
기억나니 떠오르니 생각나니
너도 가끔 지나간 기차를 기다리니
오늘도 자전거로 골목 어귀를 지날 때
나는 보았어요
아닌척 시침떼며 이미 지나가는
새털구름 흔들바람 도랑물 고양이 비닐봉다리 너
소풍 마친 아이들처럼 집으로
우린 함께 돌아갈 순 없어요
사랑 파는 마트에도
반아인슈타인적 상품은 없거든요
페달을 뒤로 밟아도
잎새는 지거든요
라벤더 차를 마시며 그만 웃고 울어봐요
우리 마지막으로 본 그 영화
'라벤더 향기'를 위해
주전자씨
왜 그리움은 식으면 웃음만 나요
혹시 어쩌면 아마도
그리움은 구회말 투아웃의 타자가 아니었나요
패자부활전 달리기의 푸른신호가 아니었나요
마지막 저녁, 라벤더 차를 마시며
나는 가요
더는 보고픈 게 없어요
2003. 11. 1.
* 저 시절의 나는 정말 우울했구나 싶다.. 가련한 것. 그래도 힘내서 이만큼 살아왔으니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보고픈 것이 있는 한... 사람은 살아야 한다.
'운문 > 읊조리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 산(山) (2) | 2011.02.12 |
---|---|
정종목 - 생선 (0) | 2011.01.23 |
詩 - 소에게 (1) | 2011.01.10 |
詩 - 언젠가 그대를 만나면 (1) | 2011.01.01 |
詩 - 지난 번 널 만났을 때 (2) | 2010.06.02 |
Comments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