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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소에게

멀고느린구름 2011. 1. 10. 20:37


소에게


소야 
너는 봄볕처럼 맑고 다정한 눈을 갖고
태어났단다
네가 가녀린 두 다리를 떨며
일어섰을 때
지구 위의 모든 게 바로 서는 것 같았다

소야
어린 소야
엄마의 온기어린 젖 대신
이름모를 타지의 우유를
먹고 자랐지 넌
가끔씩 멀리 떠가는 구름을 
지켜보던 소야
거기에 네 엄마 얼굴이 있었나

너의 작은 등 어디에
주사 바늘을 꽂을 수 있을까
너의 눈망울 어디에
내가 죽음을 심을까

미안하다
나는 네 엄마이고 아빠이고
혹은 누이인 것을 먹으며
한 번도 너를 떠올리지 않았다
너의 등 위에도 5월의 나비가 앉았다 갔음을
너의 눈망울 가득히 삶이 어렸음을
너의 가슴에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 꽃 피었음을
나는 떠올리지 않았다

너를 사랑으로 키웠으나
너를 사랑하지 않는 세상에 보내려 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도무지 그건 사랑이 아니다

구덩이 속에 누워서도
소야
너는 나를 보는구나
우물처럼 깊은 네 눈 속에
강이 흐르고 있겠구나
엄마 잃은 설움이 그 강에
잠겨 있겠구나

소야
흰 벚꽃같은 소야
네 볼을 어루만지며
나는 너처럼 음메 음메
목놓아 운다

소야
어린 소야
우리는 네게 무슨 짓을 한 걸까.


2011. 1. 9.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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