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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쿨한 사람은 별로다 (2006. 11. 16.)

멀고느린구름 2014. 10. 15. 12:58

쿨한 사람은 별로다 



나는 쿨한 사람은 별로다.

나는 뜬금없이 왜 이 말을 꺼낸 것일까.

 

요즘 대한민국은 소위 '쿨한 것'이 인기다. 그런데 대체 '쿨하다'는 게 뭐지? 나는 아직도 그 명확한 개념을 모르겠다. 단지 그것에 대한 느낌과 분위기만을 감지할 뿐이다.

 

사회의 트렌드에 맞추어 쿨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인터넷 상의 수많은 블로그들, 그곳에 쓰여 있는 글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평도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음악에 대한 평가도 마치 대충 물감을 묻힌 붓을 툭툭 두드리 듯이 쓴다. 그리고 마무리는 적당한 비꼼과 유머로. 소위 말하는 하루키 풍이라는 것일까?

 

하루키의 작품을 깊이 탐독해보지는 않았지만 하루키가 그 정도의 작가라면 나는 대단히 실망할 것 같다. 그렇게 쿨한 척하는 이들이 하루키를 우상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하루키의 작품과 대면하기가 조금 꺼려진다.

 

뭐, 그런 식의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들을 대단하게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점점 그런 식의 삶의 방식과 그런 식의 글쓰기가 '표준'이 되는 것이 조금 아니꼽달까.

 

나는 전혀 쿨한 인간이 아니다. 나는 예민하고, 질척거리고, 때로는 광적이다. 나는 늘 불안한 마음의 양극단을 어떻게든 화해시켜 보려고 열심히 내 몸의 중간쯤에서 노력하고 있는 무엇이다. 무릇 생명이란 달처럼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고, 반쪽이 되고, 가득 차기도 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며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그 변화의 모습을 '쿨' 이라는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애쓴다. 달을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해서 달이 사라지는가. 자연은 인위와는 상관없이 흐르던대로 흐를 따름이다.

 

멋을 내려고 얕은 깊이에 위트를 버무린 쿨한 글보다는 멋도 없고 투박하며 심지어 유치하기까지도 하지만 그 사람의 진심과 진실을 담고 있는 글이 더욱 좋다. 나는 그런 아이 같은 글이 더욱 좋다. 선비의 글은 그 선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 했다. 쿨한 글로 사람의 흥미를 끄는 것에만 주력하는 이는 글처럼 그 사고의 깊이도 쿨하지 않을런지. 마음의 공부가 참으로 지극한 경지에 이른 성현들은 대부분 그 성정이 아이와 같았다. 옛날의 공자나 예수님, 부처님, 오늘날의 테레사 수녀님, 달라이 라마님을 책으로 만날 때 나는 내 심장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처럼 깡충깡충 뛰는 것을 느낀다.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나는 늘 글을 쓸 때 아이와 같이 맑은 진실을 담으려고 애를 쓴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를 쓰는 업을 하고 있으나 진심과 알맹이가 없이 기교만으로 글을 써서는 아니 된다 여긴다. 멋부림이 지나치면 오히려 유치하고 졸렬해보이기도 하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말을 하기 전에 글을 닦아야 하고, 글을 쓰기 전에 마음을 닦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나 역시 아직 닦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 늘 글 쓰기가 망설여진다.

 

나는 쿨한 사람은 별로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보석보다는

여기저기 모난 원석이 더 사랑스럽다.

 

 

2006. 11. 16. 멀고느린구름.  



* 어제 내가 하루키의 소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서평을 썼더라... (먼 산..) 

201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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