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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의 여행> 2권을 발간하자마자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게 되었다. 문필가로서의 1본캐와 유령출판사 대표, 프로생계러의 2부캐를 운영 중인 3캐의 삶이라 뚝뚝 줄어드는 HP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새로운 직장이 영 만만치 않은 곳이어서 지난 몇 달간은 본캐와 부캐1의 삶을 오프시켜둘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모처럼 나온 신간을 홍보할 틈도 없이 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르고 말았다.
새 직장의 업무 강도가 절정에 다다랐던 몇 주 전에 경북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온라인 박람회'를 진행하고자 하는데, 참가해달라는 것이었다. 내 유령출판사 '페이퍼클라우드'는 경북 안동시에 있는 경북콘진 건물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파티션으로 나뉘어진 2평 남짓한 아담한 공간에 '페이퍼클라우드'라는 조그만 간판이 걸려있었고, 나만의 사무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요즘 드라마 <스타트업>을 볼 때면 서울과 안동을 오가던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잊지 않고 연락해준 경북콘진에 대한 고마움과 태어나자마자 독립시켜버린 책에 대한 미안함이 겹쳐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온라인 박람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따로 준비할 여력이 없어서 예전에 펀딩할 때 만들어둔 이미지들을 보내고, 비몽사몽 간에 홍보문구를 지어 보냈다. 엊그제부터 오픈한 '온라인 박람회' 웹페이지는 기대보다 훨씬 깔끔하고 예쁘다.
바로가기 > https://www.openbooth.space/expo/exhibit-booth/paper-cloud/STARTON
<오리의 여행 2>는 늘 고마운 독립책방 사장님들과 세상 어딘가의 다정한 독자님들 덕분에 드문드문 팔려나가고 있다. 내 소박한 꿈은 1만 명의 끈끈한 독자를 갖는 것이다. 내가 만드는 이야기들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전 세계에 그 정도만 있어준다면 충분히 계속 써나갈 수 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슈퍼스타'가 되어보는 시기도 한 번쯤 오지 않겠나 싶지만... 그런 바람이 불어온 이후라도, 인생의 어느 내리막길에는 1만 명의 독자가 함께이면 충분하겠다.
가을에는 새로운 소설책을 편집하겠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는데, 벌써 가을이 다 끝나간다. 올해 가을은 유독 길고 청명했으니, 바쁘고 계절이 짧았다는 변명도 할 수 없겠다. 소설 쓰기를 거른 지 너무 오랜 날들이 지났다. 이번 주말에는 나태함에 지지 말고, 잠시라도 꼭 본캐로 돌아갈 수 있기를.
2020. 11. 20. 멀고느린구름.
* 저의 반려인형인 아기 오리와 함께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을 동화로 엮은 사진동화 <오리의 여행> 시리즈는 현재 아래 독립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별책부록 (서울 해방촌)
https://byeolcheck.kr/productSearch?productSearchKeyword=오리의%20여행
책방사춘기 (서울 연남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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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봄 (경북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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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커북스토어 (전북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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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무사 (제주도 성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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