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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낙종 <베트남 문화의 길을 걷다>



베트남은 호치민 이후에도, 이전에도

 

이 책은 썩 훌륭한 책이다. 베트남과 라오스와 미얀마를 지도에서 구분해내기 위해 구글 검색 찬스를 써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말이다. 베트남이 독립국으로서 180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인구는 1억에 육박하고, 수십 갈래의 소수민족과 공생해오는 동안 유네스코에서 보존가치를 인정한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꽃피워왔다는 사실을 나는 당연히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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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은 장구한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지닌 나라다

 

내가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 한대수의 노래 중에 '호치민'이라는 곡이 있다. "호치민에 대해서 말하자면 거 참 재밌는 사람이에요."하고 시작되는 한대수의 읊조림은 폭격음처럼 거칠게 쏟아지는 록 사운드를 견뎌내며 이어진다. "약 3200일의 끝없는 폭격을 밤낮으로 당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이겨낸 유일한 사람입니다."라는 말로 끝맺기까지 읊조림은 마치 호치민 그 자체인 양 광광대는 폭음을 뚫고 호치민의 삶을 분명하게 청자에게 전달한다. 도올 선생은 한대수의 이 곡을 듣고, 그를 천재 음악인이라고 평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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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의 '체게바라' 라고 칭하면 조금 더 호치민을 감각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음악가를 통해 내게 다가온 베트남은 곧 미합중국을 이겨낸 호치민의 나라였다. 호치민은 미국과의 전쟁 전에 90여 년간 베트남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또한 쫓아버린 인물이다. 그런데 베트남이 이긴 대국은 미국과 프랑스뿐만 아니다. 베트남은 청나라의 30만 대군을 물리쳤고, 당대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칭기즈칸의 원나라로부터도 독립을 지켰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맨 앞줄에는 기원후 40년경 한나라를 패퇴시킨 여성영웅 쯩짝과 쯩니 자매가 있다. 숱한 외세의 침략을 견디는 동안 베트남 여성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앞장서서 나라를 지켰다. 그래서일까 베트남 사람들은 진흙 속에서 오욕을 딛고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을 국화와 같이 사랑한다고 한다.

 

베트남은 호치민 이전에도, 이후에도 당당한 독립국으로서 고유의 문명을 지켜오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글로 폭넓게 베트남의 과거와 오늘을 소개하고 있는 <베트남 문화의 길을 걷다>는 분명 베트남 입문서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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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화가 황균의 채련도(연꽃 따는 그림). 


붉은 향기 십리 푸른 물결 물들이네 

약야 개울(절세 미인 서시의 빨래터) 저 깊은 곳 배에는 누가 탔나

가련한 월나라(베트남) 여인 얼굴은 옥빛이네

연꽃은 따서 이제 누구에게 주려나 

 


* 뱀발 : 한 가지 몹시 궁금한 것이 있다. 과연 이 책을 2012년부터 2016년에 걸쳐 베트남 주재 한국문화원장을 역임한 박낙종 씨 본인이 직접 저술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책 외의 저서가 전혀 없는 그가 만약 직접 이토록 깔끔한 입문서를 썼다면 그는 진정 베트남 주재 한국문화원장으로서의 소임을 200% 완수한 것이리라. 저자의 명예를 위해 더 이상의 추리는 삼가겠지만 혹, 그의 뒤에서 땀을 흘렸을 누군가가 있다면 그이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2018. 9. 18.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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