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GOP근무를 마치고 중위로 진급한 무렵부터 새벽 5시-6시경에 깨어 소설을 썼다. 도저히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시간을 쪼개 쓰기 시작한 게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벌써 7년이 넘었다. 그런데 그중 5년 동안 쓴 소설은 조금 허무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재작년에서야 알았는데 인터넷에 개인적으로 발표한 글이라도 일단 발표가 된 글은 공모전 등에서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탈락이라는 것이다. 약 스무 편이 넘는 소설이 그냥 소모되고 말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인터넷에 올렸다가 좋은 반응을 얻은 소설을 몇 번 공모전에 내봤다가 번번이 떨어지고 왜 그럴까 생각했었다.
허망한 일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내가 한 일인 것을. 오늘도 공모전에 내보려고 글을 정리하고 있다. 요즘은 두 편을 내야 한다. 하나는 새로 완성을 한 것. 하나는 예전 대학생 시절에 연필로 써두고 묵혀둔 것을 발굴해서 내려고 했는데... 게으르게도 어제 꺼내서 보니 도저히 발표할만한 글이 아니었다.
별 수 없이 일단 하나는 새 거. 하나는 잠시 인터넷에 떠돌았던 아이로 내보려고 하는데 아마도 좋은 소식은 없겠지. 하지만 역시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내가 게을러서 생긴 일인데.
살다 보면 내 의지나 기대와 상관없이 허망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그러나 그 허망함도 결국 삶의 일부분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가능한 다 해봐도 결국 후회하거나 실망하고 마는 게 삶이다. 좀 더 이렇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분명히 무언가 다르다. 가능한 다 해보지 않은 삶과 다 해본 삶은. 그 선택에서 바뀌는 건 삶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나의 모습이다.
오늘도 실패 너머에 있는 것을 향해, 일단 실패 앞으로 한 걸음 전진. 아마도 대실패일 것 같지만.
2016. 5. 31. 멀고느린구름.
'산문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두가 글을 쓰는 세상에서 (0) | 2017.03.06 |
---|---|
오리와 나와 (OhBoy! 매거진 수록) (0) | 2016.11.22 |
루시드폴의 아침과 해변의 청소부 (0) | 2016.03.13 |
허식을 싫어하다 (2006. 6. 14.) (0) | 2016.02.29 |
문득, 길을 잃었다 (2) | 2016.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