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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오전에 내리는 가랑비

멀고느린구름 2011. 3. 12. 03:46


오전에 내리는 가랑비


비가 온다
투둑투둑 벌레가 운다
귀한 사랑을 제 손으로 다 떠나보내고
쓸쓸하다 외롭다 쓰며
괜시리 창 밖에 우는 벌레를 나무란다
옆 방에서 들려오는 사랑노래도 너무 유치하다
더운 날에는 서늘함을 그리워하고
겨울에는 지나간 열정의 미온으로 마음 녹이듯
달이 있을 때는 달이 어두움 내모는지를 모른다
귀중한 것은 어찌 항상 가랑비로 내리고
여우비 마냥 사라지는가
모든 비를 나는 우산으로 받았다
하루라도 흠뻑 젖어 본 적 없었다
벌레만큼도 울어 본 적 없었다
다만 둥근 그늘의 집에 앉아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가는 당신을
길게 자란 손톱인 듯 바라보았다
비가 온다
벌레 운다
가랑비들이 모여
긴 소나기가 된다.




 

2006. 6/20.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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