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 지음/문학과지성사 첫째는 우주의 나이가 유한하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킬로미터라는 유한한 것이므로, 밤하늘을 눈부시게 밝히려면 무한대의 거리에서 오는 빛이 있어야 한다. 즉, 무한한 과거에 형성된 은하가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밤하늘이 어두운 것은 우리의 시선이 어떤 별의 표면에도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순간 - 별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가 시작된 시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 두번째이자 더욱 결정적인 대답은 허블에 의해 관측되었다. 바로 은하들이 우주의 팽창 때문에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하가 우리의 눈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은하가 뿜어내는 빛은 약해진다. 눈부신 은하가 아무리 많다 해도, 거리가..
한국에페미니스트는있는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지은이 유숙렬 외 (삼인, 1998년) 상세보기 하트 점수: ♥♥♥♡ 한국에 페미니스트는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 '페미니스트' 란 어떠한 존재인가에 대한 합의이다. 한 세기 전에 탄생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어휘는 이제 사람들이 종종 사용하는 어휘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만큼 오독되어 읽히고 쓰이는 어휘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넷떼즌들에 의해 주로 '꼴페미'라는 말로 변형되어 쓰이는 '페미니스트'는 여성우월주의자와 남성혐오주의자, 독신주의자, 성생활 문란자, 가정파괴범, 물질만능주의자(된장녀), 기회주의자 등등의 다양한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의 악의적인 왜곡으로부터 출발한 '꼴..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 고든 리빙스턴 지음, 공경희 옮김/리더스북 "나에게 완벽한 상대는 반드시 존재한다." 232 쪽 시중에 사랑에 관한 책은 이제 인구 100명당 1종씩 선물해도 될 정도로 차고 넘치는 듯하다. 하지만 불혹을 넘은 노년의 정신과 의사가 위와 같이 선언하는 책은 처음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랑에 대한 조언을 담은책들에서는 '완벽한 상대'라는 허상이며,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 또한 사랑으로 방황하던절 그런 류의 책들만을 접해 왔다. 그래서 호기롭게 완벽한 상대는 심지어 '반드시' 있다라고 호기롭게 쓰고 있는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고든 리빙스턴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상담가, 정신분석의, 작가로서 1968년부터 오랜 세월 활발히 활동해온 저명인사..
왼손잡이 여인 - 패터 한트케 지음, 홍경호 옮김/범우사 그녀, 집을 떠나다 나 어느 낯선 대륙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수많은 다른 사람들 가운데서혼자 있는 그대를 만날 수 있으리그대도 수천의 타인들 가운데서 나를 보고우리들 끝내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리라. - 89쪽- 중학생 시절 나에게는 유럽권의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가 있었다. 어머니가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는 온갖 마이너한 유럽 영화들을 가져다 보곤 했었다. 그러던 중 독일에서 만들어진 를 보게 되었고,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페터 한트케'라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극작가를 겸하고 있는 '페터 한트케'는 독일문학의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소설가이다. 주로 리얼리즘에 기반해 사회현실과..
영혼의시선앙리카르티에-브레송의사진에세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테마에세이 > 포토에세이 지은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열화당, 2006년) 상세보기 하트점수 :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즈음으로 생각한다. 휴대폰을 처음 구입한 게 대학교 2학년 즈음이었으니 그로부터 2년 후에 구입한 것이 되겠다. 혹자는 나를 얼리 어댑터 경향이 있다고도 평하는데 휴대폰을 2001년, 디지털 카메라를 2003년에야 각각 구입했으니 다소 어불성설이다. 내가 처음 구입한 카메라는 한국 중소기업에서 개발하고, 중국의 공장..
위대한 개츠비 (반양장)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문학동네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는 2005년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중 한 편이다. 제목만큼이나 위대한 이 작품을 읽는 데 나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처음 이 책을 펼쳐 들었던 것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어느 여름 구립 도서관이였다. 중학생들을 위해 시행하는 방학 독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무언가 위대한 인물의 전기적인 내용이지 않을까 싶어 제목만 보고 꺼내 들었으나, 불과 몇 분만에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 뒤 내가 선택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었다. 나는 방학내내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만 읽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
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문학사상사 "최근에는 맛있는 두부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자동차 수출도 좋지만, 맛있는 두부를 없애는 국가 구조는 본질적으로 왜곡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127쪽 - 그러니까 '두부'에 대해서라면 나도 꽤 할 말이 있는 사람이다. 세계 두부 동호회라는 것이 런던에서 - 왜 하필 런던인지는 알 수 없다- 개최되어 두부를 좋아하는 순으로 줄을 세운다면 나는 분명 1237번 안에는 들어갈 것으로 여겨진다. 어릴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게 갖가지 심부름을 시켰는데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역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필요한 '매직스' 를 사러가는 것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두부를 사러 가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달동네에서 시장까지는 걸어서..
나의작은새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문학선 지은이 에쿠니 가오리 (문일출판, 1999년) 상세보기 하트 점수: ♥♥♥♡ "진짜로 병이 난 거니?" 이렇게 묻자 녀석은 좀 기분이 상했는지, "그래, 진짜로 병이 난 거야. 진짜라구!"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럼 병원에 가야지." 하고 말하자, 아이고 맙소사 하는 듯히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정말이지 하나도 몰라주는구나."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병이라는 게 뭔지, 넌 하나도 모르고 있어." '아-----, 싫다 싫어' 하는 말투였다. "병이라는 건 말야, 하루 온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거야. 아무 데도 못 나가. 하루종일 누워 있으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약을 먹고, 꼼짝 않고 쉬어야 하는 거라구." 설명을 마치더니 녀석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