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진화 7 진 :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나 : 네, 진 선생님 말씀하십쇼. 진 : 진보란 뭐냐. 진보가 꿈꾸는 세상은 뭐냐. 간단하게 말씀 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진보란 한 발짝 더 나아가자는 겁니다. 진보적인 세상이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란 겁니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을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합니다. 다소간 부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의문을 가져야 하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쓰고, 레닌이 공산주의의 깃발을 올렸을 때의 진보는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의 폐단을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유재산제도에 의한 부의 편중현상을 해결하자는 것이 진보였습니다. 그래서 함께 나누는 세상, ..
10. 진보와 진화 3 압 : 음..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나 : 물론입니다. 압 : 우선, 미스터 고. 그대의 경제 활동이 내가 하는 운동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에 대해 제 소견을 잠깐 말씀 드려도 좋겠습니까? 고 : 뭐 하시던가. 압 : 감사합니다. 미스터 고. 당신은 무엇을 위해서 삽니까? 고 : 엥? 압 : 중요한 질문입니다. 대답해주세요. 고 : 그딴 게 뭐 별 게 있나요. 그저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러는 거지 다아. 압 : 정말 훌륭한 답이셨습니다. 오 프리덤. 고 : 엥? 압 : 모든 존재는 잘 먹고 잘 살려고 합니다. 그것이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하지만 경제란 무엇입니까. 물론 경제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
9. 진보와 진화 2 나 : 자, 그럼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겠는데요.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 아주 전 세계적인 영성 운동인데요.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말 벗기 무브먼트가 우리네 삶을 나아지게 했을까요. 아니면 그대로일까요. 혹, 퇴보했을까요? 여기에 대한 각 패널 분들의 생각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요번에는 시간 제한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특별한 규칙도 없습니다. 심지어 상대방에게 욕을 해도 좋습니다. 아주 파격적이지요? 단, 토론이 더 이상 진행이 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 될 때에만 제가 개입하겠습니다. 음.. 그럼 먼저 우리 최 박사님께서 먼저 말씀 해주실까요. 최 : 네, 성하의 2328번째 공식제자..
8. 진보와 진화 1 나 :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오늘 사회를 맡게 된 칼럼리스트 장범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모두 아시다시피 아주 특별한 대담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우리 국민 중 모르는 사람이 아마 없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 세계적인 랍비 압둘 아자르 씨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압둘 아자르(이하 ‘압') : 오, 프리덤. 나 : 네, 감사합니다. 자, 오늘 바로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인 압둘 아자르 씨를 모시고 여러 국민들이 보시는 자리에서 생중계로 심도 깊은 대담회를 나눠보겠습니다. 감히 말씀 드리자면 오늘 이 대담회는 단순히 우리 대한민국의 범주를 떠나서 아마도 우리 전 세계 인류사 전체에 아주 기념비적인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봅니다. 오늘 대담회는 ‘양말 ..
7. 대인류 공개 대담회, ‘진보와 진화’ 대담회의 주제는 ‘진보와 진화'로 결정했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 측 패널로는 압둘 아자르와 그의 통역을 담당하고 토론을 지원할 국내 영성 연구가 최교종 씨가 확정되었다. 양말 공장 측 패널은 노동자 대표 고 씨와 유명한 진보논객 진정겸 씨로 결정되었다. 보조 패널을 섭외한 것은 사측이었다. 기왕하는 대담회인데 화끈하고 집요하게 들어가 보자는 것이었다.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사회자를 맡았지만 진행을 잘하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 단지 압둘 아자르와 고 씨가 주고 받을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뿐이었다. 주제는 진정겸 씨와 최교종 씨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진정겸 씨는 “진보하지 않은 사회에서 종교적 진화 운운하는 것은 알파벳을 익히지 않은 상태..
6. 압둘 아자르와의 단독 인터뷰 3 의전차는 어느덧 한남대교를 건너 장충체육관 방향으로 막힘없이 달리고 있었다. 승부를 걸어야 한다. 결국 포인트는 내가 압둘 아자르를 논리로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어렵사리 이 차에 오른 목적은 압둘 아자르와 고씨를 만나게 하는 데 있었다. 전략을 바꿨다. “한 노동자의 일생에 대해 관심이 있으십니까?” “저는 모든 중생의 일생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모든 중생의 일생은 모든 중생에게만 의미 있을 뿐, 한 노동자의 일생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 한 노동자는 모든 중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한 노동자는 단지 한 노동자일 뿐. 모든 중생이 아닙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서 마스터의 양말 벗기 무브먼트는 모든 중생은 구원할 수 있을지 ..
5. 압둘 아자르와의 단독 인터뷰 2 S 호텔에 도착하기 전까지 승부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가용한 시간은 1시간 남짓. 한 인간을 설득하는 데에는 무리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보통의 인간이 아니었다. 외국인인 데다가 세계적인 성자였다. 성자와의 인터뷰 경험은 없었다.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당국에 의해 입국이 거부되고 있었고, 틱낫한은 베트남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으며, 테레사 수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오쇼 라즈니쉬 역시 수 많은 국내 팬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방한하지 않았다. 그렇게 헤아려 보니 이것은 보통 인터뷰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성자와 나누는 첫 인터뷰였던 것이다. 피차 영어발음은 토속적이다. 그렇다면 승부처는 내공이다. 성자의 내공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압도 ..
4. 압둘 아자르와의 단독 인터뷰 1 압둘 아자르는 유유히 모세의 기적이 재연된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대로는 놓치고 만다. 나는 촬영보조 장 군에게 극비 지령을 내렸다. 가뜩이나 비정규직인 친구에게 그런 지령을 내려도 되는가 하는 윤리적 고민이 선행되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계산적인 인간이었다. 장 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신호를 보냈다. 장 군은 홍해의 한 가운데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첨벙. “압둘 아자르 씨!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라는 대사를 완벽하게 외치며 장 군은 압둘 아자르 앞에 멋지게 슬라이딩을 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져서 누구도 압둘 아자르 앞에 드러누워버린 인물의 정확한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황한 보디가드들이 장 군의 사지를 붙들었다. 압둘 아자르를 태울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