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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긴 소설

양말 벗기 무브먼트 4

멀고느린구름 2011. 10. 1. 21:09



4. 압둘 아자르와의 단독 인터뷰 1

  압둘 아자르는 유유히 모세의 기적이 재연된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대로는 놓치고 만다. 나는 촬영보조 장 군에게 극비 지령을 내렸다. 가뜩이나 비정규직인 친구에게 그런 지령을 내려도 되는가 하는 윤리적 고민이 선행되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계산적인 인간이었다. 장 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신호를 보냈다. 장 군은 홍해의 한 가운데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첨벙.

“압둘 아자르 씨!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라는 대사를 완벽하게 외치며 장 군은 압둘 아자르 앞에 멋지게 슬라이딩을 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져서 누구도 압둘 아자르 앞에 드러누워버린 인물의 정확한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황한 보디가드들이 장 군의 사지를 붙들었다. 압둘 아자르를 태울 차 옆에 대기하고 있던 2명의 보디가드들도 깜짝 놀라 압둘 아자르 쪽으로 달려왔다. 장 군은 있는 힘껏 온 몸을 비틀어대며 장렬하게 외치는 것이었다.

“인터뷰 좀 ! 1분만! 아니 10초마안~~!”

장 군의 연기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 정도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어찌되었든 덕분에 나는 혼란한 틈을 타 압둘 아자르를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의전 차량의 뒷좌석에 슬쩍 올라탔다. 운전기사가 당황하며 신분을 물었다.

“아, 한국지부에서 나온 안내원입니다. 정말 경호가 삼엄하네요. 그나저나 저 사람은 대체 누구랍니까?”

운전기사가 더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기 전에 역으로 자연스럽게 질문을 했다. 운전기사가 내 태연한 태도에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글쎄요.”라고 답했다.

“참, 별 사람이 다 있어요. 저도 조심해야겠네요. 아자르 씨는 어서 타시지 뭐하시나.”

“아... 그러게 말입니다.”

통과. 운전기사는 슬쩍 백미러로 내 쪽을 살펴보는 듯하더니, 심드렁한 표정으로 다시 전방을 바라보며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일본어 버전이 흘러나왔다. 운전기사가 따라서 흥얼거렸다. 멀리서 장 군이 비참한 상태로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번쩍번쩍 플래시가 요란하게 계속 터지고 있었다. 소녀시대의 노래와 그 장면의 조합은 묘한 비애감을 자아냈다. 압둘 아자르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기하고 있는 차 쪽으로 걸음을 옮겨 오고 있었다. 과연 성자로군. 압둘 아자르가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나는 차에 오르는 압둘 아자르에게 자연스럽게 합장을 하며 인사를 했다.

“웰컴 ! 나이스 투 밋츄. 양말 벗기 무브먼트의 한국지부의 홍보담당관입니다. 한국 숙소까지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 프리덤.”

“오, 프리덤.”

압둘 아자르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역시 합장을 하고 꾸벅 목례를 하더니 내 옆자리에 선선히 앉았다.

“출발하겠습니다?”

라디오를 끄며 운전기사가 물었다. 아마도 내게. 나는 태연히 대답했다.

“네, 가시죠.”

차는 인천공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통과.



2011. 10. 1.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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