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설/긴 소설

양말 벗기 무브먼트 8

멀고느린구름 2011. 10. 18. 22:01


8. 진보와 진화 1


나 :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오늘 사회를 맡게 된 칼럼리스트 장범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모두 아시다시피 아주 특별한 대담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우리 국민 중 모르는 사람이 아마 없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 세계적인 랍비 압둘 아자르 씨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압둘 아자르(이하 ‘압') : 오, 프리덤.

나 : 네, 감사합니다. 자, 오늘 바로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인 압둘 아자르 씨를 모시고 여러 국민들이 보시는 자리에서 생중계로 심도 깊은 대담회를 나눠보겠습니다. 감히 말씀 드리자면 오늘 이 대담회는 단순히 우리 대한민국의 범주를 떠나서 아마도 우리 전 세계 인류사 전체에 아주 기념비적인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봅니다. 오늘 대담회는 ‘양말 벗기 무브먼트'로 전 세계적인 인류 대혁명을 일으키고 계신 압둘 아자르 씨 외에, 국내 영성 연구가이자 압둘 아자르 씨의 2328번째 공식 제자인 최교종 박사님과 국내 대표적인 진보논객 진정겸 씨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분을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교종(이하 ‘최') : 반갑습니다.

진정겸(이하'진') : 안녕하세요.

나 : 네, 두 분 선생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주 또 특별한 패널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사연이 아주 특별한 분인데요. 바로 압둘 아자르 씨의 ‘양말 벗기 무브먼트'로 인해 수 십년 간 경영하던 양말공장이 파산하게 된 자신과 같은 전 세계의 숱한 피해자들을 대변하고자 이 프로그램에 나오신 분입니다. ‘(주)온돌양말’의 공동경영자 고난도 대표님입니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의 부당성과 폭력성을 국민들에게 알려 기울어가는 양말 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대담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셨는데요, 오늘 활약이 무척 기대됩니다. 자, 고 대표님도 큰 박수를 환영해주십쇼!

고난도(이하 ‘고') : 국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목숨을 걸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쇼!

나 : 하하 네에. 고 대표님께서 또 호기롭게 각오를 밝히셨습니다. 오늘 대담회 무척 기대가 됩니다. 자, 그럼 본격적인 대담회에 앞서 기왕 시작한 김에 각 패널 분들의 대담에 임하는 각오랄까 소감이랄까, 한 말씀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고 대표님부터 하실까요?

고 : 아, 저부터요? 아, 바로 하면 되겠습니까?

나 : 네. 긴장 푸시고 평소처럼 말씀하시면 됩니다.

고 : 아, 네. 아아. 마이크는 잘 나오는군요.

나 : 네 물론 정상적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고 :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나 : 아뇨, 죄송하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고 : 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해도 되는 거죠?

나 : 네, 말씀 드렸다시피. 아, 참 먼저 미리 공지 드리겠습니다. 대담회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번 첫 말씀은 각각 1분씩만 드리겠습니다. 정해진 1분 시간 동안 요점을 잘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고 : 겨우 1분입니까?

나 : 네, 1분입니다.

고 : 겨우 1분으로 무슨 말을 합니까?

나 : 죄송합니다. 규칙이라서. 그리고 이미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고 대표님. 13초 지났습니다.

고 : 아!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온돌양말 공동경영자 대표를 맡고 있는 고난도입니다. 저희 (주) 온돌양말은 합리적인 경영방침에 의해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철학을 가지고 여태껏 회사를 잘 이끌어 왔고 연 매출 100억 규모에 달하는 경영 실적을 올리며 대표적인 노동 공동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불과 2~3년 전의 이야깁니다. 그런데 저 압둘 아자르 선생의 ‘양말 벗기 무버먼트', 거 발음도 어렵네요. 무버먼트가 맞습니까?

나 : 무브먼트입니다. 그냥 편하게 운동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고 : 아, 그렇군요. 그 그러니까 양말 벗기 운동 때문에 회사가 거의 도산 지경에 이르렀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경영난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2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던 저희 회사에 남은 사람은 이제 5명뿐입니다. 이게 누구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바로 압둘 아자르 선생 때문입니다. 뭐 만고 편하게 마음의 평화 어쩌고 하면서 돌아댕기시는데 우리는 저 양반 때문에 마음에 전쟁이 났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그 점을 알리고자 나왔습니다. 뭐가 진짜 평화냐. 이게 전쟁이냐 평화냐. 지옥이냐 천국이냐. 그걸 오늘 결판내고 말겠습니다.

나 : 아, 네. 조금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거친 표현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것이 이 노동자들의 심경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생방송이고 큰 화제가 되어 여러 계층의 국민들이 보고 계시는 점 등을 고려해서 사회자로서 언어를 통제해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기보다는 좀더 직접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다소 귀에 거슬리는 언사가 있더라도 모쪼록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자, 고난도 대표님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어, 우리 최교종 박사님 말씀 청해보겠습니다.

최 : 반갑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여기 오신 압둘 아자르 성하의 2328번째 공식제자인 최교정입니다. 반갑습니다. 우리 고 대표님께서 조금 격앙되게 말씀하셨는데, 에, 마 그렇습니다.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는 것이 결국 세상입니다. 보십쇼. 지구는 둥글죠. 태양도 둥글고, 우리 태양계 전체도 둥글고, 은하계도 둥급니다. 원이죠 원. 원은 만물의 진리입니다. 모든 존재들이 원을 그리며 살아갑니다. 윤회라고 있죠. 윤회도 원이고요. 돈을 벌 때도 있고 못 벌 때도 있어요. 생명의 순환에서 보면 지옥에 갈 때도 있고 천국에 갈 때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거, 동양사상에 보면 태극이라고 있죠. 우리나라 태극기에도 태극이 그려져 있고. 그게 뭐냐하면 음과 양의 순환이에요. 퍼런 거하고 뻔건 거하고 빙빙 돌면서 원을 그리면서 태극이 된다고요. 만고불변의 진리죠. 뭐 그렇다 보니까 이 사람이 산다는게 세옹지마라고 해서 어려운 시절도 있고 해뜰날도 있고 그렇다는 거지요. 거기서 영성이란 무엇이냐. 한 마디로 말하면 영성이란 원이다. 동그래미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요. 이걸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나 : 최박사님 1분 지났습니다.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최: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마, 저는 오늘 압둘 아자르 성하의 2328번째 공식 제자로서 성하를 잘 보좌하면서 우리 ‘양말 벗기 무브먼트'가 인류의 진화에 어떻게 기여해왔는가, 마, 그 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반갑습니다.

나 :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자, 그럼 다음은 우리 진정겸 선생님 한 말씀 부탁드리지요.

진 : 뭐, 지금 특별히 할 말은 없구요. 얘기하면서 뭐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나 : 아, 그래도 뭐 이렇게 참여하겠다. 뭐 그런 말씀이라도.

진 : 그냥 우리 고 대표님하고 연대해서 잘 해보겠습니다.

나 :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본 대담을 기대해보죠. 자,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 압둘 아자르 씨게 한 말씀 청하겠습니다.

압 : 오늘은 기분이 좋습니다. 제 마음을 비우고 왔습니다.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오 프리덤.

나 : 네, 아주 짤막하면서도 강렬한 말씀이셨네요. 역시 세계적인 랍비다운 말씀이 아니셨나 생각합니다. 자, 국민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오늘 ‘진보와 진화' 특별대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소설 > 긴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말 벗기 무브먼트 10  (0) 2011.11.23
양말 벗기 무브먼트 9  (0) 2011.11.18
양말 벗기 무브먼트 7  (0) 2011.10.12
양말 벗기 무브먼트 6  (0) 2011.10.07
양말 벗기 무브먼트 5  (0) 2011.10.05
Comments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