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하고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자전거를 집 앞에 내놓은 적이 있었다. 이틀 정도 집을 비웠다 돌아와 보니 안장이 내려가 있고 누군가 타고 다닌 흔적이 역력했다. 집 앞에는 조그만 학원이 있어 아마도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이 타고 다닌 모양이다 싶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채 그대로 자전거를 두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전거는 항상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세밀하지 못한 아이임에 틀림없는 자전거 도둑은 늘 안장을 내려놓은 채로 올려놓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자전거를 즐겁게 타는 장면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지었다. 때로는 동네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조금 떨어진 마트까지 내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는 장면도 떠올려 보았다. 역시 심장 어디쯤엔가 촛불이 켜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나는 아주 어릴적부..
지난해 가을부터 키우던 아이가 겨울이 되자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래도 매일 아침 꼬박꼬박 물을 주며 "힘내. 이제 곧 봄이 올 거야. 따뜻해질 거야." 라고 말을 붙이고, 잎을 쓰다듬어 주곤 했다. 하지만 아이는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 이파리의 빛이 초록색이니까 죽지는 않은 거야 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물을 주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2월이 되자 시든 줄기 사이로 병아리 눈물 같은 새싹이 돋아났다. 이어서 저쪽에서 이쪽에서도 하나 둘씩 새싹이 와와 돋아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 거야.'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이다. 러시아의 작가주의 영화감독 비탈리 카네프스키 감독의 영화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폐화된 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22살 무렵부터 '강의'라는 것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9년이라는 세월 어물쩍 흘러버려서 요즘에는 예비 강사(?)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교수법'을 가르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중학생 시절 교무실 문 앞에서 대체 어느 타이밍에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지를 몰라서 망설이며 4시간을 문 앞에 버티고 서있었던 나였다. -당연히 모두들 내가 벌 서고 있는 줄 알았다고 회고할 거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적에는 수업 시간에 내가 교사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때에는 곳곳에서 흠칫 놀라거나,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모두들 내가 말을 못하는 줄 알았다가 그제서야 "아, 말을 할 수도 있었지."라고 다시 생각을 고쳐 먹게 되는 것이다. 유년 시절에는 제..
앞으로 10년, 내 삶의 자체 규율 목록 1. 지구에 이로운 삶을 산다. 2. 모르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배우고 또 배운다. 3. 변화를 즐거워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되, 뿌리를 유념한다. 4. 돈을 벌거나 재물을 축적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5. 더 많이 가진 것은 덜 가진 사람과 나눈다. 6.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판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7. 지금 즐겁지 않고 오늘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8. 여성주의자로서 여성과 소수자, 소외 계층의 문제에 참여하고 비겁해지지 않는다. 9. 그 마음을 닦아 세상을 밝힌다. 10. 공자, 붓다, 예수가 되는 삶을 선택한다. 11.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을 정비한다. 12. 좋은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을 때만 자녀를 낳는다. 13. 좋은 ..
그런 겁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