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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 거야...

멀고느린구름 2011. 2. 9. 21:52

지난해 가을부터 키우던 아이가 겨울이 되자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래도 매일 아침 꼬박꼬박 물을 주며

"힘내. 이제 곧 봄이 올 거야. 따뜻해질 거야."

라고 말을 붙이고, 잎을 쓰다듬어 주곤 했다.  하지만 아이는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 이파리의 빛이 초록색이니까 죽지는 않은 거야 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물을 주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2월이 되자 시든 줄기 사이로 병아리 눈물 같은 새싹이 돋아났다. 이어서 저쪽에서 이쪽에서도 하나 둘씩 새싹이 와와 돋아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 거야.'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이다. 러시아의 작가주의 영화감독 비탈리 카네프스키 감독의 영화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황폐화된 시대를 살아가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명화다. 세계의 종말과도 같았던 그 시대에도 아이들은 자기의 미래를 꿈꾸고 장난치고 사랑한다. 

모든 게 얼어붙었던 빙하기가 지난 후에 지구는 수많은 새 생명을 만났다. 
작은 화분이 보여준 생명의 세계에 조그만 경이를 표한다. 

고마워. 부활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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