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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듣는 클래식 음악 중 가장 사랑하는 것은 드뷔시다. 요즘은 연재하는 소설 '예스터데이' 덕분에 더욱 자주 틀어놓고는 한다. 소설 속에도 드뷔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드뷔시의 곡을 처음 들었던 것은 스물 한 살 무렵이었다. 한 커피하우스의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가게의 문을 열자마자 들려온 곡이 드뷔시의 '아라베스크'였다. 그 곡은 그곳의 공간과 환상적이라고 할만큼 어울렸고 지금도 그 순간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오를만큼 아름다운 곡이었다.
'아라베스크'가 그의 젊은 날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에서는 원숙기에 도달한 그의 음악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영상 1집>은 1905년에, <영상 2집>은 1907년 각각 작곡되었다. 동양의 불교적 음악과 인도의 명상 음악 등에 영향을 받은 드뷔시의 음악에는 빈 공간이 많다. 특히 내가 이 음반에서 가장 좋아하는 '물에 비치는 그림자'라는 첫 번째 트랙은 드뷔시 음악이 지닌 여백의 미가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음과 음 사이에 빈 공간을 통해 사라질 듯 사라질 듯 하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어렴풋이 어려 있는 물가의 그림자를 표현해내고 있다. 드뷔시의 음악은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많은 것들을 연상케 한다. 과잉되지 않고 한 껏 절제하고 함축한 그의 시적인 음들을 사랑한다.
2010. 11. 11. 새벽.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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