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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리뷰

이적 - 사랑(4집)

멀고느린구름 2011. 12. 13. 14:39
이적 - 정규 4집 사랑 - 6점
이적 노래/씨제이 이앤엠 (구 엠넷)


작년 가을의 일이다. 10월 중순 즈음 휴가를 나와서 레코드 가게에서 이적 씨의 신보를 사왔다. 씨디플레이어를 가지고 오지 않은 탓에 고이 품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야 음악을 들었다. 시간은 밤 11시경이었고, 방에는 조그만 스탠드 불빛 하나만 남겨둔 상태였다. 

'아주 오래전 일'에 대하여 떠올렸다. '그대랑' '다툼'을 했던 일과 그대를 그리워하며 '빨래'를 널던 날의 냄새 같은 것을.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리며 '두통'이 일었다. 그대의 '보조개'가 자꾸만 떠오르는 탓이었다. '매듭'을 짓지 못한 이별, '네가 없는' 삶의 공허함, 그대에게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며... '이상해'라고 되뇌었다. 자꾸만 자꾸만 되뇌는 것이다. 

이적의 4집은 오롯이 '사랑'에 대한 음악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의 전작 <나무로 만든 노래>가 워낙 명반 소리를 듣는 빼어난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번 4집에 적잖이 실망한 사람들도 많다. 나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참 좋다. 휴일에 탁자에 홀로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혹은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워서 가만히 듣고 있기에 참 좋다. 듣고 있으면 지나간 사랑들이 하나 둘 허공 속에 모여드는 기분이다. 행복했던 기억도, 서글펐던 기억도, 아쉽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말들도 모두 모두 하나 둘 모여든다.

전작 <나무로 만든 노래>가 인생 전체를 관조하며 그 한 부분으로서의 사랑을 노래했다면, 이번 <사랑>은 사랑을 돌아보며 그 한 부분으로서의 삶을 바라보게 한다. 나와 그대의 사이에 있었던 삶의 모습들을 이윽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고나면 기묘한 힘이 솟는다. 그래, 털고 일어나야지. 힘을 내야지.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날카롭고 은유적인 가사로 세상을 뒤집을 듯 거침없이 달리는 소년 같던 '패닉'의 이적 씨가 어느덧 어른의 표정을 짓게 되었다. 우리가 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마음에 짐짓 웃음을 짓게 되고 만다.

"고맙다.." 고 혼잣말을 하게 되는 좋은 음반. 


1. 아주 오래전 일 ............이적/이적 
2. 그대랑 ..........................이적/이적 
3. 다툼 ..............................이적/이적 
4. 빨래 ..............................이적/이적 
5. 두통 ..............................이적/이적 
6. 보조개 ..........................이적/이적
7. 매듭 ..............................이적/이적 
8. 네가 없는..................... 이적/이적
9. 끝내 전하지 못한 말 .. 이적/이적
10. 이상해 ........................이적/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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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3.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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