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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Prescription - /이엠아이(EMI) |
나의 20대 전반부를 소개해보라고 했을 때 이 음반과 이상은(정확히는 당시의 '리채')을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나의 청춘은 이상은으로부터 시작되어 이상은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음악은 내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상은과의 만남은 당시 하루종일 국내외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던 엠넷 채널을 통해서였다. 1999년은 종말에의 기대와 공포가 교차하던 시기였다. 사람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공허하기 그지 없었다. 내 마음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3이었고 때는 여름방학이었다. 매미가 울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방안에 혼자 반쯤 누워 엠넷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데 리채(이상은)의 '어기여 디어라'가 흘러나왔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는데, 첫귀에 반한다는 말도 반드시 추가해야 할 것이다. 그 노래에 첫귀에 반해버렸다.
모노톤의 영상, 조그만 조각배 위에서 하느적거리며 노래하는 여인. 마음의 결을 한올한올 쓰다듬어 가는 멜로디. 완벽한 노랫말. 그 주 내 어기여디어라는 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주말이 되어 나는 남포동으로 향했고 음반가게에서 그녀의 명반 <아시안 프리스크립션 - *아시아의 처방전- >을 찾아냈다.
첫 번째 트랙인 '스프링(봄)'에서 마지막 한국어 버전 '어기여 디어라'까지 이어지는 열 다섯 개의 트랙은 가히 완벽하다고 찬사를 보낼만하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조각배를 타고 강의 흐름을 따라 원시림 사이를 유랑하는 듯하다. 자욱한 안개, 물, 숲, 바람, 달 등의 이미지는 음반 전체에 일관된 공기를 만들고, 그 공기는 은연 중에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물리적인 수술보다는 인간이라는 자연에 부여된 기의 흐름을 바로잡아 병을 치유하는 동방의 처방전처럼.
9집은 이상은이 아이돌의 지위를 버리고 유학길에 올라 만들기 시작한 3집부터 8집까지의 음악을 집대성한 음반이다. 3집의 '초승달', 5집의 '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든', 6집의 '공무도하가', '새', '삼도천', 7집의 '어기여디어라', 8집의 '이터너티' 등이 재해석되어 수록되어 있다.
3 ~ 5집을 이상은 1기, 6 ~ 10집을 이상은 2기라고 한다면 <아시아의 처방전>은 10집을 만들기 전 1기와 2기의 정수가 되는 음악을 담아낸 작품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다른 의미의 정수들은 과감히 배제되어 있지만 -
아직, 이상은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한 분이라면 이 음반이 이상은 입문앨범으로서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 본다. 추위 탓에 밖으로 나가기 보다는 안으로 안으로 움츠러들 수 있는 겨울, 이상은의 음악은 우리를 더 깊은 내면으로 안내해준다. 보다 많은 이들이 그 여행에 동참할 수 있기를.
1. Spring ............이상은/이상은
2. Sumi Mountain ..........................이상은/이상은 ♥
3. Ogiyodiora(ost ver) ..............................이상은/이상은 ♥
4. Gongfuin ..............................이상은/이상은 ♥
5. Reincarnation ..............................이상은/이상은
6. Break Water ..........................이상은/이상은
7. Infinite Road ..............................이상은/이상은
8. Samdocheon ..................... 이상은/이상은 ♥
9. Chosuntal .. 이상은/이상은 ♥
10. Se ........................이상은/이상은 ♥
11. A Path ..................... 이상은/이상은 ♥
12. Cliche ..................... 이상은/이상은
13. Eternity ..................... 이상은/이상은 ♥
14. Broken Pearl ..................... 이상은/이상은
15. Ogiyodiora(kor ver) ..................... 이상은/이상은 ♥
2012. 1. 3.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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