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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의 후지이 이츠키, 나카야마 미호는 오랜 시간 내 마음 속에서 첫사랑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 영화를 끝으로 나카야마 미호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무려 12년의 공백을 깬 나카야마 미호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던 영화다. 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연출한 이재한 감독이라는 것은 조금 불안했다. 손예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보았던 그 영화는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전작인 <클래식>이나 <연애소설>의 감동에 못 미치는 영화였다.
영화는 지나간 20세기 후반의 일본인의 삶을 비춘다. 항공사의 사장이 되어 수 천대의 비행기를 동시에 날려보는 것이 꿈인 청년 유타카. 조그만 항공사의 말단 직원으로 방콕 지사로 발령 받은 그는 탁월한 능력으로 회사를 발전시켜 나간다. 한 달 뒤면 명문가의 여성과 결혼까지 하기로 되어 있는 전도유망한 이 사나이는 그러나 자신의 인생을 뒤흔드는 한 여성과 만나게 된다. 바로 육감적인 매력을 지닌 토우코(나야마 미호 분)다.
이국적인 태국의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유타카와 토우코의 사랑은 위태롭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영화는 관객에게 매우 토속적(?)인 질문을 건낸다.
"당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진정한 사랑입니까. 성공입니까."
둘 중 성공을 선택한 청년은 장년의 나이가 되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그리움과 갈망을 갖는다. 우리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랑이란 것일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영화에서처럼 뜨거운 사랑을 좀처럼 만나지 못한다. 우리들은 뜨거워지기에는 위태로움을 두려워하고, 도덕책에 너무 충실한 삶을 살려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남자가 조신한 약혼녀를 두고, 섹시한 매력을 지닌 여성과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는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진부하기 짝이 없고, 불편하기까지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나카야마 미호는 여전히 아릅답고, 태국의 햇살과 하늘도 푸르게 반짝인다.
진부한 이야기를 진부한 방식으로 진부하게 표현한 영화.
하지만 원작인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은 한 번 꼭 읽어보고 싶다.
2011. 11. 15.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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