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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그리고 인생 3.0

멀고느린구름 2011. 11. 2. 18:47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동안 이사 준비 등으로 집안이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라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이사를 마치고 어느 정도 집필실이 정돈된 상황이기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10대와 20대의 인생이 지났습니다. 
30대가 된지는 이미 1년이 지났지만, 저는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30대의 인생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인생 3.0의 시절이 도래했습니다. 
어제인 11월 1일은 저에게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자연인으로서 3년 4개월만에 맞이하는 첫 날이었거든요.

이제서야 밝히지만 2008년 6월부터 지난 2011년 10월 31일까지 3년 4개월의 기나긴 기간을
군에서 복무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서야 전역을 명받고 자연인의 신분으로 돌아왔습니다.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기나긴 기간 동안 자유로운 사회적 발언을 자제해왔습니다.
 특히, 정치 분야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지만 애써 참아왔습니다. 
앞으로는 그동안 못했던 것까지(?) 사회 현실에 대해 참여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저의 첫 당선 작품은 <타인의 세상>이라는 단편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철거용역과 달동네 서민 사이의 슬픈 대결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고발하고자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달동네 프롤레타리아 계급 출신으로서 진보적인 사상의 세례를 자연스럽게 흡수했고, 문화적으로는 리버럴한 감성을 지녔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전태일 평전과 전태일 선생의 수기를 읽고, 이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리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류시화 시인과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님 등의 책을 읽고 영성을 키웠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책을 탐독하며 자연의 생명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을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황순원 선생님으로부터 문학적 감수성을 흡수했습니다. 

인생 1.0, 그리고 2.0의 기간은 저를 지금의 저로서 키우고, 튼튼하게 만드는 소중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이제 인생 3.0을 시작하려 합니다. 새로운 집과 새로운 장소에서 시작하게 되어 저의 마음도 두근거리고 설레입니다. 보다 더 성실해지고,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고, 풀꽃의 눈높이로 낮아지고, 가장 어렵고 그늘진 곳을 항상 바라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타인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나 자신의 흠결을 먼저 되돌아보고 나로부터 모든 변화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교육자로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부끄럽지 않은 정결한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아호.  



2011. 11. 2. 파주 운정, 새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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