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설/긴 소설

양말 벗기 무브먼트 9

멀고느린구름 2011. 11. 18. 22:54




9. 진보와 진화 2

나 : 자, 그럼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겠는데요.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 아주 전 세계적인 영성 운동인데요.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말 벗기 무브먼트가 우리네 삶을 나아지게 했을까요. 아니면 그대로일까요. 혹, 퇴보했을까요? 여기에 대한 각 패널 분들의 생각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요번에는 시간 제한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특별한 규칙도 없습니다. 심지어 상대방에게 욕을 해도 좋습니다. 아주 파격적이지요? 단, 토론이 더 이상 진행이 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 될 때에만 제가 개입하겠습니다. 음.. 그럼 먼저 우리 최 박사님께서 먼저 말씀 해주실까요.


최 : 네, 성하의 2328번째 공식제자 최교종입니다. 


진 : 거, 근데 자꾸 공식 공식하시는데 비공식도 있는 겁니까?


최 : 아, 좋은 질문입니다. 공식제자가 32만 5천 728명이고, 비공식 제자는 약 30억 인구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압 : 미스터 최, 공식제자는 정확히 32만 5천 738명입니다. 


최 : 아이고, 죄송합니다 성하. 10명이 더 늘었군요. 


압 : 올해 초부터 32만 5천 738명이었습니다. 오, 프리덤.


최 : 죄송합니다. 오, 프리덤.


고 : (아주, 놀고 자빠졌네…)


최 : 아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고 : 아, 아닙니다. 혼잣말입니다. 


최 :  방송에 혼잣말하러 나오셨습니까. 


고 : 아니 그럼 제가 벙어리도 아닌데 말도 못합니까. 


최 : 발언권을 얻고 말을 하세요. 지금 제 차례 아닙니까.


진 : 최 박사님, 실례지만 발언권 규칙 같은 건 없는 걸로 압니다. 


최 : 뭐 이론 대담회가 다 있나. 


고 : 지금 당신도 혼잣말 하는구만요 뭐. 


최 : 뭐? 당신? 이 놈이 진짜. 


고 : 뭐 놈!? 이 새끼가 너 몇 살이야 새꺄!


최 : 아니, 저 천박한 놈이 성하 앞에서 이게 무슨 국제 망신이야. 


진 : 천박한 언어는 최 박사님이 먼저 쓰신 거 아닙니까. 우리 고 대표님이 화내실만하지. 지금이 무슨 중세 봉건제 사횐가요. 최 박사님은 귀족이고, 고 대표님은 천민이라 이겁니까. 이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겁니다. 진화는 무슨 진화. 아직도 세상이 계급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리고 공식 제자라고 하는 사람의 수준이 이 모양이어서야 어디 함부로 진화하겠습니까. 


최 : 사회자님, 이 사람들 저래도 가만 두는 겁니까. 


나 : 아 네, 일단 얘기는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우리 압둘 아자르 씨께서도 한 말씀 하시겠습니까. 


압 : 태풍이 불 때는 안전한 곳에 들어가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 속에 그러한 안전한 대피소가 있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오, 프리덤. 


최 : 성하, 죄송합니다. 제가 성하의 명예에 누를 끼쳤습니다…


압 : 명예라… 미스터 최, 여기 말의 그릇이 있소. 거기에 무엇을 담을 수 있겠습니까. 


최 : 말의 그릇이라면… 그 속의 말을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압 : 틀렸소. 말의 그릇에는 바닥이 없습니다. 그 안에는 무엇도 담을 수 없습니다. 말의 그릇에 무엇을 담으려고 하면 그 순간 그것은 바닥 아래로 떨어져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이 지어낸 것들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스스로 그러한 것들에 천착하세요. 


최 : 허… 역시 성하십니다. 부끄럽습니다. 


고 : 저게 뭐라는 겁니까?


진 :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그러니까 기표와 기의의 문제를 얘기하는 거죠. 케케묵은 언어학 이론에 불과합니다. 


고 : 에? 시피니얌? 


진 :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입니다. 


고 : 나 참. 그런 게 밥 먹여 줍니까. 그런 게 추울 때 발 따뜻하게 해줍니까. 


최 : 하 참, 패널들 수준하고는. 


진 : 최 박사님, 하버드 대학 졸업 학력이 위조라는 문제제기가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최 : 뭐라고요?! 누가 누가 그럽니까!


진 : 아니 뭐, 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뭐 언론에도 종종 보도 됐잖아요. 국민들은 다 아는데, 본인은 모르세요?


최 : 아니, 이게 무슨 대담회야 청문회야. 아, 내가 대권 도전한다고 했습니까?


진 : 아, 도전하시려고요?


나 : 아, 네 여러분. 사회자가 잠깐 진행 발언하겠습니다. 우리든 지금 대선 토론회를 하는 게 아니지요. 먼저 제가 드렸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와 보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 시청자들, 아 전세계에 생중계 되고 있다는 건 다 아시죠? 특히, 우리 최 박사님 같은 경우에는 대한민국 10대 자랑 홍보위원이시기도 하니까, 그 점 유념해두시길 바랍니다. 자, 다시 질문합니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가 우리 사회를 발전시켰습니까, 퇴보시켰습니까. 이번에는 우리 고 대표님이 말씀해보실까요. 


고 : 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양말이라는 게 말이죠. 서민들의 삶을 상징하는 겁니다. 우리 어렵게 살던 시절, 드라마 같은 것 보세요. 어떤 장면이 떠오르세요. 고 알 전구에다가 양말을 끼워가지고 앞에 빵꾸난 거 기우고 있는 거. 우리 어머니들이 눈이 침침해져가지고 그 껌뻑껌뻑 거리는 전등불 밑에서. 카… 눈물 겹잖아요. 겨울 엄동설한에 말이죠. 인간의 체온을 가장 기본적으로 보호해주는 게 뭔지 아세요. 양말입니다. 양말. 우리 동양에서는 요 발이 차가우면 사람의 혼이 나간 거라고 했어요. 발을 따뜻하게 보하면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믿음이 우리 정서에 깔려 있단 말입니다. 근데 뭐요. 타잔 만치로 양말을 홀딱 벗고 다녀요? 그럼 인간이 자유로와지고 자연이 보호돼? 내 살다살다 별 미친놈의 소리를 다 듣겠네. 양말 벗기 어쩌구 하고 나서 우리 노동자들은 죄 굶어 죽을 지경이에요. 환경 보호는 무슨 지랄. 어제도 뉴스에 북극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증가한다카드만. 인간이 자유로워져? 별 양아치 같은 폭주족만 늘어가지고 아주 미친 놈 천지가 됐어 대한민국이! 사람 다 굶어죽게 해놓고 무슨 자유가 자유야. 별 거지 같은 말을 다 듣겠어 내가! 


최 : 허.. 허허.. 허 참…


압 : 오, 프리덤…


나 : 하하 네. 우리 고 대표님께서 아주 화끈하게 말씀해주셨는데요. 이 운동을 실제로 찬성하고 추진하는 패널 쪽이 굉장히 당황해하시고 계시네요. 어느 분이 반론을 할까요. 성하께서 직접하시겠습니까?


압 : 오, 프리덤…


최 : 아, 제가. 제가 하죠 제가. 


나 : 네, 그럼 우리 최 박사님께서. 


최 : 저기, 욕해도 된댔죠?


나 : 네 원하시는 대로.


최 : 아, 근데 나는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 저기 저 잃을 것 없는 사람하고 똑같이 굴 수가 없잖아요. 이거 좀 불공정한 대담회구만 이제 보니.


나 : 아뇨. 기회는 균등하게 들이니까요.


최 : 그게 말이 균등이지.


진 : 거, 할 말 없으시면 그냥 아자르 씨한테 넘기세요. 빙빙 돌리면서 시간 벌지 말고. 


최 : 허허 참..


진 : 허참 씨는 가족오락관에 가서 찾으시고.


최 : 하하 참.. 


고 : 하하하핫. 야 우리 진 선생님 말씀 차암 잘 하신다. 

'소설 > 긴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말 벗기 무브먼트 11  (0) 2011.11.30
양말 벗기 무브먼트 10  (0) 2011.11.23
양말 벗기 무브먼트 8  (0) 2011.10.18
양말 벗기 무브먼트 7  (0) 2011.10.12
양말 벗기 무브먼트 6  (0) 2011.10.07
Comments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