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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붉은 숲

멀고느린구름 2011. 10. 12. 21:32
붉은 숲


길을 걷다 멈추고 보니
숲이 제 속으로 조용히 타들어가는 소리 들린다
오래전 삼킨 불꽃이 목에 걸려 까마귀는 앙앙 운다
밤을 부르는 매미들의 염불이
떨어지는 잎새들 사이를 채우고
야윈 가지들,
가지들 사이로 공백한 하늘이 있다
주인 없는 벤치에 외로 누워
눈 앞의 백지에
모자란 연서를 쓴다
아아 그대여 안녕
그리고 또 안녕
그때
붉은 잎새 한 잎 가슴 위에 내려앉는다
소라 고동을 닮은 잎사귀
가슴에 피가 고인다
천천한 바람이 분다


2011. 10. 12. 멀고느린구름. 금학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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