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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파리가 사람에게

멀고느린구름 2011. 7. 13. 05:57
파리가 사람에게


파리가 사람에게 한마디 한다면
아마 이러지 싶다
당신의 영공과 영토를 알지 못한 죄가
이다지도 큰가요
날개를 달고 태어나
날아다녀야 할 하늘을 날아다닌 것이
우리네 얇고 가녀린 자유가
그렇게도 욕된가요
우리에게는 영공도 영토도 없어
당신이 길 가거든 길 가는 대로
편히 가시라 물러나건만
겨울이 오면 지고 마는 한 철 주권도
지니지 말라 하나요

파리가 사람에게 끝으로 한 마디 더 한다면
아마 이러지 싶다
당신이 졸음에 눈을 깜박하는 사이에
우리는 날아오르려 날아오르려
수 천 수 만 날개짓을 하거든요
우리 육신이 가볍다고
생의 무게마저 가벼울까봐요
파리 목숨이 어디
사람 목숨따위보다
천근 만근 쉬이 가벼울까봐요




2011. 7. 13.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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